[프리미엄 리포트]“주말공연 하기도 버거운데 수요일로 고정돼 여력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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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문화가 있는 날’]지방 문화계 하소연

지방의 문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문화가 있는 날’은 서울 등 대도시 위주의 정책”이라며 “공연 콘텐츠, 시설, 인력, 자금 등이 열악한 지방에서 서울과 같은 방식으로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가장 문제로 삼은 건 문화가 있는 날이 지역 여건과 상관없이 수요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거의 매일 공연이 있는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엔 수요일 공연을 문화가 있는 날 공연으로 삼으면 되지만 지방에선 주말 공연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수요일 공연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것.

광주의 공연기획자 A 씨는 “공연 날짜를 평일인 수요일로 맞추는 건 힘들다. 수익 증대나 홍보 등이 해결돼야 하는데 평일에는 주말과 달리 기업 후원 등 재정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문화예술회관 관계자인 B 씨는 “지자체 산하여서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공연 콘텐츠가 적다 보니 수요가 높은 금요일이나 주말로 예정됐던 공연을 수요일로 옮겨서 공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설사 수요일에 공연을 한다 해도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다 보니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광주 지역의 공연기획자 C 씨는 “지역에서 공연장을 찾는 클래식 수요가 1000명 선으로 추산된다”며 “평일에 공연을 개최하면 객석은 텅 빌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전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D 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문화생활을 하기 좋은 주말에 공연해도 관객이 많지 않은데 수요일로 하면 그 수가 더욱 적어진다”며 “지난해 문화가 있는 날에 우리 극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할인 혜택이 있어도 다른 평일과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지역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B 씨는 “무대 장치나 시설이 별로 필요 없는 소규모 클래식 공연 위주로 진행하는데 주민 다수가 즐기기엔 좀 무거운 편”이라며 “지역밀착형 공연을 찾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관람료 할인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가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모든 공연과 전시 관람료를 3000원 정액제로 운영하는 전북 지역의 한 공연장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날에 군민들에게 50% 할인해줘도 1500원밖에 안돼 큰 유인 효과가 없다”며 “아예 무료로 공연한다”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의 어려움도 거론됐다. 대구의 예술단체 관계자인 E 씨는 “예산 부족으로 유명한 출연자를 섭외할 여력이 없어 주로 지인을 통해 아는 사람을 힘들게 모셔오곤 한다”고 했다.

대전=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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