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부동산 사냥 막아라”… 세계 각국 잇단 제한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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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매입액의 1% 과세 검토… 홍콩-싱가포르 징벌세 도입 움직임
WSJ “제주도, 中의 하와이 돼가”… ‘주민들 中자본과 마찰’ 보도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사냥에 가속도가 붙자 각국이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견제하거나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중국 자본의 사재기로 부동산 가격이 60% 오른 호주가 부동산 구입 시 ‘100만 호주달러당 1만 달러의 세금’을 ‘신청비’ 명목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비거주자는 신축이 아닌 기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부동산 가격의 25%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신문은 홍콩과 싱가포르도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하고 ‘징벌적’인 세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지난해 미국 영국 호주의 가장 큰 부동산 구매 그룹은 중국 자본이었으며 영국 런던의 전체 부동산 거래 대금 가운데 10%가 중국 자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주택 시장에서 중국은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약 220억 달러를 투자해 전년 동기 128억 달러의 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국 안방(安邦)보험은 이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의 120년 전통을 가진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며칠 후에는 맨해튼 중심의 5번가에 있는 업무용 빌딩을 4억∼5억 달러에 사들였다. 1989년 일본 미쓰비시가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록펠러 센터를 통째로 사들였을 때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분위기다.

중국의 랜드마크 인수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핑안(平安)보험이 런던 금융가의 상징 로이드보험 본사 건물을 샀고,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완다(萬達)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스페인 타워를 매입했다. 부동산 매입 열풍은 중동과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자문업체 나이트 프랭크와 존스 랑 라살 등은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2009년 6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65억 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부동산 해외 투자가 급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데다 중국 내 과잉 공급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이민을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도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한국의 제주도는 5억 원 이상, 포르투갈은 50만 유로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고 있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제주도가 1970년대 말 일본인이 장악했던 하와이가 되어 가고 있다’며 중국 자본 증가에 따른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 자본 투자 증가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나 제주도 주민들과의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한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1970년대 일본인들이 하와이에서 가격을 따지지 않고 고층빌딩, 호텔, 콘도, 리조트 등을 매입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투자가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데 치중되고 이들 시설이 점차 학교나 주거 지역 근처에 건설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겐팅싱가포르와 란딩국제발전유한회사가 약 2조 원을 투입해 지을 카지노 레저시설 리조트 기공식이 개최된 12일 시민단체와 도민들이 반발한 일도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에서 중국 자본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이 같은 보도에 반영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제주도가 영주권을 얻은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건강보험과 교육, 고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25일 한중이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도 중국 자본의 제주도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도는 외국인이 매입할 수 있는 부동산을 제한하고 영주권 부여 요건도 5억 원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전주영 기자
#중국#제주도#해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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