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검사 파견이 ‘직업의 자유’라는 법무장관 궤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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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그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에 대해 “검사였다는 신분 때문에 특정 직역 취업 불가라는 건 헌법이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사의 편법 파견을 문제 삼자 나온 궤변성 답변이다. 최근 권정훈 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꼼수 사표’를 내고 대통령민정비서관에 임명된 것을 두고 황 장관은 헌법의 직업선택권을 들먹이며 합리화했지만 황당한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법무부 또는 파견 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직 검사가 법무부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같은 외부기관에 파견 근무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사정기관인 검찰에 ‘정치적 외압’을 행사할 수 있는 외부기관은 청와대뿐이다. 현직 검사들이 사표를 낸 다음, 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로 가서 검찰을 지휘 감독하며 ‘검찰의 정치화’에 앞장섰다가 다시 법무부와 검찰 요직에 ‘채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1997년 1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회의는 검찰청법 개정을 요구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했다. 검찰 중립성을 손상시키고 정치인 수사 같은 예민한 검찰 수사를 불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 후 김대중 정부는 검사 신분을 법무연수원 일반직원으로 바꿔 파견하는 편법으로 검찰청법을 피해 갔다. 노무현 정부 때 검사 9명 중 8명, 이명박 정부 때 22명 전부가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한 뒤 검찰로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파견 단계적 감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도 권 비서관까지 13명을 편법 파견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계속해 왔다. 그러고도 틈만 나면 ‘비정상의 정상화’ 구호를 외치는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꼼수로 법을 우회하면서 누구한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직업의 자유#청와대 검사 파견#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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