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뱀 조차 없어서 못먹어” 탈북자 기록영화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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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큐 ‘또다른 인터뷰’ 화면 캡쳐
사진=다큐 ‘또다른 인터뷰’ 화면 캡쳐
출처= 엠네스티 다큐 ‘또다른 인터뷰’ 캡처
출처= 엠네스티 다큐 ‘또다른 인터뷰’ 캡처
“쥐·뱀·풀뿌리도 없어서 못 먹는다” 탈북자 박지현 씨는 북한 인권 고발 영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 6일,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 유럽연합’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현 씨의 탈북 과정을 담은 기록영화 또 다른 인터뷰 (The Other Interview)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최근 화제가 됐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풍자영화 ‘더 인터뷰’에서 따온 제목이다.

‘더 인터뷰’는 가상의 이야기로 북한을 풍자한 코미디 영화인 반면 이 영상은 박 씨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록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끈다.

박 씨는 1998년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언니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

중국 인신매매단을 통해 탈북한 박 씨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공안에 넘겨버리겠다”는 협박 때문에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돈을 건넨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해 아들까지 낳고 갖은 고생을 하며 버텼으나 결국 6년 후 공안 당국에 체포돼 강제 북송됐다.

그는 어린 아들을 중국에 남겨두고 홀로 강제 북송돼 청진시 송평에 있는 노동교화소로 보내졌고 이때부터 지옥 같은 삶이 시작됐다.

출처= 엠네스티 다큐 ‘또다른 인터뷰’ 캡처
출처= 엠네스티 다큐 ‘또다른 인터뷰’ 캡처
박 씨에 따르면, 새벽 4시 반 기상해 식전에 시작된 노동교화는 밤 9시가 돼서야 끝나는데 숙소로 돌아오면 바로 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 규약과 노래를 암기하는 생활총화가 자정까지 이어진다.

노동교화에서 주로 하는 일은 맨손으로 산을 일궈 계단식 밭을 만드는 일이며 “흙을 가득 싫은 소달구지를 여자들 둘이서 끈다. 걸어가면 안 되고 뛰어야 한다”고 박 씨는 말했다.

그는 또 “너무 배가 고파 인근 농지에서 수확하고 남은 잔챙이 감자라도 발견하면 흙이 묻은 채로 허겁지겁 먹는다”며 “사람들이 너무 굶주려서 들쥐나 뱀, 풀뿌리 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혹독한 노동으로 다리에 파상풍이 생겨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교화소에서 석방된 박 씨는 또다시 인신매매 방법으로 중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중국에 남겨둔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이 두 번째 탈북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인신매매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했고 몽골을 통해 영국 맨체스터에 정착했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최근 ‘또 다른 인터뷰’에 대해 상세히 소개 했고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박 씨는 영국에 정착한 후 영국 의회와 대학 등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제 엠네스티의 모스코지우리 국장은 “온갖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나라 북한을 힘겹게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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