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아빠’ 뺑소니 용의자 자수…“숨을 쉴수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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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의 용의자가 29일 경찰에 자수했다. 사건 발생 19일 만이다.

29일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8분경 회사원 허모 씨(37)가 부인과 함께 경찰서를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 허 씨는 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 사무실에 들어왔으며 “내가 범인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씨는 경찰이 유력한 가해차량으로 지목한 흰색 GM대우 윈스톰 차량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고 경찰은 빠르면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허 씨는 1차 조사 직후 사고 당시 도주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량에 부딪힌 것이) 사람이기보다는 (도로에 설치된) 조형물이나 자루인 줄 았았다”고 말했다. 자수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는 “죄 짓고는 못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늦게 행동에 옮긴 이유를 묻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특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극심한 부담감을 나타내면서도 차량의 행방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가책을 안 느낄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도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직접적으로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허 씨의 부인은 29일 오후 7시경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사고를 낸 것 같다. 자수를 시키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살고 있는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의 한 아파트에 출동했으나 허 씨는 이미 전날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허 씨의 부인은 남편의 범행을 의심한 뒤 자수를 설득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당초 알려진 BMW 등 외제차량이 아니라 윈스톰이 유력한 사고차량이며 현재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허 씨의 부인은 사고 당일 남편이 만취한 채 들어와 “사고를 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이날 경찰에 전화했다.

크림빵 아빠는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준비를 도우며 화물차 기사일을 하던 강모 씨(29)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10일 오전 1시 반경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강 씨가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가지고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붙인 이름이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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