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꾸던 테무친 이야기… 내 인생 마지막 장편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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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몽홀’로 돌아온 원로 만화가 장태산

장태산 작가가 그의 첫 웹툰 ‘몽홀’을 들어 보였다.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지만 그는 “몽홀은 죽기 전에 하나는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린 작품”이라며 “인기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 원하는 만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부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태산 작가가 그의 첫 웹툰 ‘몽홀’을 들어 보였다.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지만 그는 “몽홀은 죽기 전에 하나는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린 작품”이라며 “인기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 원하는 만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부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1980, 90년대 출판 만화 시절 액션 만화 ‘나간다! 용호취’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사나이 만화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장태산 씨(62)가 올 초 네이버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뻘 후배 웹툰 작가들은 까마득한 선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딱 하나 당부를 했다. “댓글 읽지 마세요.” 괜한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걱정한 것. 장 씨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8000개에 달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던 작가의 만화를 웹툰으로 보니 감동”이라는 글에 뭉클하기도 했고 “늙은 ××”라는 욕설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껄껄 웃었다. “나이 운운하는 글을 보며 딱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늙었다고 할 일 안 하느냐!” 》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백발과 부리부리한 눈, 굵고 우렁찬 목소리…. 원로 액션 배우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과거 젊은작가모임 회장을 맡아 정부의 만화 탄압에 맞서 싸운 그였다.

―웹툰 프롤로그에 후배 작가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워했다.

“후배들 없었으면 웹툰 시작도 못 했다. 같은 건물의 후배들에게 새벽 2, 3시에도 컴퓨터 작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도와준다. 작업할 때 앉는 허리가 편한 의자도 후배 10여 명이 돈을 모아 사 줬다. 이건 그냥 의자가 아니라 후배들의 정이다, 정.”

―만화 속 주인공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굵고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데생이 매력적이다. 웹툰 환경이 낯설지 않나.

“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유리판이 종이와 달라 손이 계속 미끄러지고 단축키 다루기도 어려웠다. 하루 10시간씩 더듬더듬 꾸준히 그리니까 나중에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졌다. 적응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단, 디지털로 그려도 컴퓨터 효과는 빌리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다. 붓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야 감정 표현이 살더라.”

―새로운 도전에 출판 만화 시절 선후배 반응은 어땠나.

“40년 친구 이현세가 프롤로그를 보더니 ‘할 말 많지,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다들 ‘미련퉁이 너답다’고 한다. 40, 50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옛날이 좋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뒷방 늙은이밖에 더 되겠나. 나도 그림 그리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발표할 장이 사라지고, 변한 세태 속에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숙명이니까 그려야 하지 않겠나.”

장 작가는 10세 때 일본 애니메이션 ‘요술소년’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구두닦이, 신문 배달로 집안 살림을 보태다 1968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982년 ‘불꽃’으로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어릴 적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칭기즈칸’을 보고 테무친을 꼭 그리겠다고 꿈을 키웠다.

그는 환갑이 지나서야 만난 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몽홀’은 칭기즈칸 전 시대 유목민 이야기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먼저 그렸던 허영만 형은 그리기 힘든 소재인데 왜 그리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난 어려서부터 꿈꿨던 거라 마냥 재밌다. 6, 7년 그릴 텐데 남들이 필요 없다고 해도 혼자서라도 그릴 거다. 내 인생 마지막 장편이라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간다.”

생애 마지막이라곤 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쳤다. 벽에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사진이 걸려 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 나가 무거운 역기와 씨름한다. 거구인 기자도 팔씨름하는 자세로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었다. 벤치프레스를 100kg 이상 든다는 그는 남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

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태산#몽홀#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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