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 부호’ 사우디 국왕, 관-묘비도 없는 장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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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 않는 수니파 근본주의… 평민들과 똑같이 공동묘지 안장

우리 돈으로 18조 원(약 170억 달러)이 넘는 개인 자산을 자랑하던 국왕의 마지막 길은 소박했다. 23일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관도 없이 노란색 천으로 된 간단한 수의만 걸친 채 평민들이 묻히는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비도 남기지 않았다.

사우디 왕실은 23일 간단한 장례식 뒤 수도 리야드에 있는 알우드 묘지에 국왕의 시신을 안장했다. 이 묘지는 일반인도 이용하는 곳이다. 국왕의 장례 절차와 방식은 모두 평범하게 치러졌다. 시신을 묻은 뒤 봉분도 올리지 않고 위에 자갈만 얕게 깔았다.

국왕의 소박한 장례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Wahhabism)’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수니파 지도자 무함마드 이븐 압드 알와하브(1703∼1792)가 창시한 와하비즘은 기독교의 청교도처럼 엄격한 생활을 강조한다. 이븐사우드 초대 국왕은 1932년 와하비즘을 기반으로 사우디 왕국을 세웠다. 이슬람 전문가인 토니 스트리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국의 정신적 근간인 와하비즘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는 뜻”이라며 “이번 국왕을 포함해 선대 국왕 모두가 평민 묘지에 묻혔다. 사우디에서는 국왕이 서거해도 애도 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압둘라 국왕을 추모하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사우디로 집결하고 있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세계적 유적지인 타지마할 방문을 취소하고 급히 사우디로 향한다. 찰스 영국 왕세자,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조문사절단이 25일부터 이틀간 사우디에 머물며 조의를 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사우디 국왕 장례#수니파 근본주의#사우디 국왕 공동묘지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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