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기성용 기찬 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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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4강전… 슈틸리케의 필승 전략
한국보다 덜 쉬어 피곤한 이라크, 많이 뛰어 제풀에 지치게 만들기
점유율 높이는 정확한 패스 주문

《승리를 위한 두 가지 플랜.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울리 슈틸리케호가 26일 오후 6시 준결승에서 맞붙는 이라크를 공략하기 위한 플랜 A, B를 가동한다. 점유율 축구와 승부차기 준비다. 슈틸리케 감독과 김봉수 골키퍼 코치는 마지막까지 각각의 플랜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이라크가 많이 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준결승전 필승 전략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5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전에서는 많이 뛰고 빠르게 공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이라크보다 하루 더 쉰 휴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며 “영리하게 경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호비이락, 호랑이 날자! 이라크 떨어진다!’ 대한축구협회는 23,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한 응원구호 공모에서 호비이락을 최종 선정 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KFA 페이스북
‘호비이락, 호랑이 날자! 이라크 떨어진다!’ 대한축구협회는 23,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한 응원구호 공모에서 호비이락을 최종 선정 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KFA 페이스북
이라크는 23일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갔다. 반면 한국은 22일 우즈베키스탄을 연장전에서 꺾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간 잘 쉬었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모두 회복됐다. 다친 선수, 아픈 선수도 없이 다들 출격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라크의 라디 셰나이실 이라크 감독은 “한국과 비교할 때 유일한 단점으로는 8강전을 하루 늦게 치러 회복할 시간이 하루 부족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다. 많은 패스로 공을 지키면서 이라크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뛰게 만드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한국은 60.5%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패스도 642개로 우즈베키스탄(411개)보다 200개 정도 많이 시도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패스를 따라다니다 연장전에서 한국 선수들보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내리 2골을 허용했다.

점유율 축구를 위해서는 기성용의 활약이 필수다. 기성용은 네 경기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83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패스 성공률도 92.2%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 네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기성용은 경기 조율은 물론이고 공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수비진의 패스를 받아, 좌우 측면이나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박주호를 데리고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 데리고 나온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맹활약해 ‘슈틸리케 마법’이 생겼다. 박주호는 “55년 만의 우승을 향한 좋은 기회라고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우리는 우승할 실력이 있다고 본다. 이라크를 이긴다면 우승은 실현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승부차기도 대비… 심리전 시작됐다 ▼

이라크, 파넨카킥 등 허찔러 이란 격파
김봉수 코치 “키커 성향 등 분석 끝내”


한국축구대표팀은 최근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만 네 번의 승부차기를 경험했다. 이번 4강전도 승부차기까지 갈 확률이 적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이라크가 수비 위주의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란-이라크의 8강전을 지켜본 뒤 승부차기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김봉수 골키퍼 코치는 “머리가 아프다. 이라크도 분명 내가 자신들의 경기를 본 것을 알고 있다. 이라크의 키커들이 8강전처럼 찰지, 아니면 완전 반대로 찰지 심리 싸움이 벌써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이라크의 정신적 지주인 유니스 마흐무드다. 마흐무드는 이란전 승부차기에서 5번째 키커로 나서 대담하게 파넨카킥(공을 찍듯이 차면서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것)으로 골망을 갈랐다. 김 코치는 “실수하면 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파넨카킥을 차는 것을 보고 정말 나도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파넨카킥은 성공했을 때는 한 골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상대에게 모욕감을 줘 기세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랍 선수 특유의 페널티킥 습관도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선수들은 보통 공을 놓고 뒤로 6∼7m 정도 가지만 아랍 선수들은 뒤로 딱 네 걸음 정도(3∼4m)만 간다. 김 코치는 “가까운 거리에서 달려오는 키커를 보면 골키퍼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골키퍼들에게 자주 얘기한다”며 “코치로서 골키퍼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관찰밖에 없다. 선수들을 수없이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커가 큰 키인지 작은 키인지, 주로 사용하는 발이 왼발인지 오른발인지, 성격이 차분한지 다혈질인지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런던 느낌이 난다”며 승부차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8강에서 개최국 영국을 승부차기에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당시에도 골키퍼 코치였던 김 코치는 “런던에서 승부차기 계산이 잘 맞아떨어졌다. 지금도 느낌이 참 괜찮다”며 웃었다.

시드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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