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평가 얘기 나오자마자 술렁… 사교육 또 판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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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향후 3년 입시혼란]

《 오락가락 대학 입시 정책은 현 정부만의 문제점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워낙 크고, 또 경제나 안보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개선안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A, B 선택형으로 바꾸었다가 실패를 자초했다. 선택형 수능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빗발치면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대입 간소화 방안을 통해 선택형 수능 폐지 결정을 내렸다. 》

여기까지는 대학 입시를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쉴 새 없이 수능 한국사 필수과목화, 영어 절대평가 전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학 입시가 너무 빨리 바뀐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교육부가 아닌 청와대가 입시 정책을 주도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 쏟아지는 입시안

현 정부는 정권 첫해에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개편과 한국사 필수화 이외에는 별다른 입시 변화를 예고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급하게 추진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대입 적용 시기를 2019학년도 이후로 미루고,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의 수능 영어 대체를 백지화하는 등 입시 혼란을 정리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 등을 추진하면서 급속도로 혼란을 키웠다. 갑작스러운 이슈가 등장하면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등 기존 논의는 지연됐다. 청와대가 주요 교육 정책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인다는 말이 나오면서 청와대와 교육부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전환에 난색을 표하자 청와대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공론화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6월 두 기관이 연달아 수능 영어 절대평가 관련 공청회를 열자 교육계에서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입시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시작됐다.

○ 현장 변화는 거꾸로


박근혜 정부에서 대학 입시는 세부적인 부분도 많이 바뀌었다.

먼저 대학 입시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5학년도 입시부터 전형 수를 줄인 바 있다. 대학별로 수시는 최대 4개의 전형만 허용하고, 우선선발 및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줄였다. 정시는 최대 2개의 전형만 허용하고, 모집단위별 분할 모집을 금지했다. 정부는 대학 입시를 간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지만, 이번에 입시를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준비가 간단해진 효과는 거의 없고 선택권만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쉬운 수능으로 정시에서 눈치작전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분할 모집까지 금지되자 수험생들은 “현실적으로는 대학들이 몰려 있는 가, 나군에 두 번밖에 지원 기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입시를 단순화하기 위해 입시 개선안을 내놓는다지만 현장은 거꾸로 반응한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학부모들은 반사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찾는다. 공교육은 입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인성 평가 강화 방안이 나오자마자 학부모들이 술렁이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는 “대입에서 인성 평가 강화는 새로운 전형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고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정책교사연대 대표인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또 예측 불가 정책이 나왔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많고, 구체적인 안이 없는데도 학부모 눈치가 보여서 무슨 계획이든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호소한다”면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대학 입시#인성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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