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국교 정상화돼도 쿠바 사회주의는 불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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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美식민지 부활’ 우려 잠재우기
“양국이 서로의 체제 존중해줘야… 오바마 ‘禁輸해제 명령’ 발동 기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쿠바가 힘들게 지켜온 가치들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사진)은 20일 인민권력국가회의 정례회의에서 “우리가 미국에 정치체제를 바꾸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국도 우리의 체제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1959년 혁명을 통해 이룬 쿠바 사회주의 체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후 4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는 1898년 미국의 도움으로 독립했지만 이후 60여 년 동안 미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폭력적인 자본주의화 및 대외개방을 겪었다.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은 미국과 관계 개선이 혁명 이전의 대미 종속관계를 부활할 것이라는 국내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어 미국이 쿠바에 대한 무역·금융거래 제한 등 금수조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권을 발동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입법 이전에 행정명령 발동을 통해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데탕트’에 반대 여론이 높은 가운데 20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는 쿠바 난민들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오바마는 반역자”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링컨 디애즈발라트 전 하원의원은 “미국이 쿠바에 달러를 주면 그 돈은 고스란히 카스트로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쿠바 난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지난해 쿠바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전문가 호세 아리오사 박사는 “혁명 직후 미국으로 건너온 난민들은 공화당 지지자들로 피델 카스트로에게 재산을 다 빼앗겼으며 카스트로 정부가 빨리 무너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최근 미국으로 건너왔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쿠바인들은 “미국이 50년 이상 경제봉쇄 조치를 했어도 쿠바의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 정부는 19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아프가니스탄인 4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7일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 대원 6명을 우루과이로 보낸 데 이어 두 번째다. 미 전문가들은 이 수용소를 폐쇄하고 군사협력거점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쿠바#국교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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