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쿠바와 국교정상화한 美의 메시지 읽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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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대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하먼 원장 방한

“미국의 민간 정보망을 뚫을 수 있는 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 정도다.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발생 직후 미 정보 당국자들로부터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미 4대 싱크탱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원장(69·사진)은 18일 “소니 해킹 사건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선 하원의원 출신으로 정보·군사·국가안보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하먼 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제재 강화,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기존 대응책보다 좀 더 높은 수위의 제재를 내놔야 하지만 동북아 안보상 북한을 너무 자극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지만 북한이 먼저 변화의 신호를 보내야 대화에 나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해킹 사태로 당분간 북-미 대화, 6자회담 재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북한 국제문서 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북한대학원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한국을 찾은 하먼 원장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발표에 대해 “엄정한 제재 속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미국은 열린 마음으로 돌아선다는 것을 보여준 이정표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와 소니 해킹의 북한 배후 발표를 연이어 한 것은 “북한에 무언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먼 원장은 폴란드 출신 아버지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일본의 반성은 ‘위안부’라는 그럴싸한 이름이 아니라 ‘성노예’라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먼 원장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이와 관련된 공식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이어 19일 다시 한 번 예방한 그는 박 대통령을 “‘강인함’과 ‘따뜻함’이 조화를 이룬 리더”라며 “최근 리더십 난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먼 원장은 “‘백악관 이너서클(측근)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자주 방문해 의원 개개인과 스킨십을 늘리는 소통정치에 나서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뒤 6년 동안 요즘처럼 의회에 마련된 대통령실에 자주 들러 의원들과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쿠바#북한#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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