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사찰인 무각사에서 17일 마지막 재산 40만 원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최오남 씨(75)의 첫 제사가 치러졌다. 최 씨는 부모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랐고 평생 일용직 근로자로 가족도 없이 외로운 삶을 살다 11일 숨졌다. 지난해 10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1년간 투병해 오던 최 씨는 주민들이 가족이 없는 사람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공영장례를 부탁하며 전 재산인 40만 원을 기부한다고 유언했다.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은 최 씨의 소식을 전해 듣고 법회에서 신도들에게 제사를 올려주자고 제안했다. 신도 40여 명은 추모제 비용을 십시일반 모았고 최 씨가 살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그의 영정사진을 받아왔다. 무각사 측은 그의 49재도 올려 줄 계획이다.
앞서 11일 서구 양동 보람장례식장에 차려진 최 씨의 빈소에서는 광주 금호동 성당 고재경 신부와 신자 20여 명이 미사를 지냈다. 금호1동 주민 10여 명도 빈소를 지키고 12일 화장장까지 따라갔다. 윤영복 금호1동 주민자치위원장(48)은 상주 역할을 했다. 윤 씨는 “올해 들어 공영장례 상주를 세 번 맡았다”며 “공영장례 지원은 기댈 곳 없는 홀몸노인들에게 믿음을 주는 제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장례는 외로운 홀몸노인의 죽음을 이웃이 함께 챙기는 제도다. 홀몸노인들은 대부분 같은 처지에 있는 동네 소외계층을 위해 남은 재산의 기부를 유언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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