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외로운 홀몸노인, 하늘 가는 길은 따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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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재산 기부’ 故최오남씨
주민-가톨릭신자들 빈소지키고 스님-불자들 첫 제사 치러줘

광주 도심 사찰인 무각사에서 17일 마지막 재산 40만 원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최오남 씨(75)의 첫 제사가 치러졌다. 최 씨는 부모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랐고 평생 일용직 근로자로 가족도 없이 외로운 삶을 살다 11일 숨졌다. 지난해 10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1년간 투병해 오던 최 씨는 주민들이 가족이 없는 사람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공영장례를 부탁하며 전 재산인 40만 원을 기부한다고 유언했다.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은 최 씨의 소식을 전해 듣고 법회에서 신도들에게 제사를 올려주자고 제안했다. 신도 40여 명은 추모제 비용을 십시일반 모았고 최 씨가 살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그의 영정사진을 받아왔다. 무각사 측은 그의 49재도 올려 줄 계획이다.

앞서 11일 서구 양동 보람장례식장에 차려진 최 씨의 빈소에서는 광주 금호동 성당 고재경 신부와 신자 20여 명이 미사를 지냈다. 금호1동 주민 10여 명도 빈소를 지키고 12일 화장장까지 따라갔다. 윤영복 금호1동 주민자치위원장(48)은 상주 역할을 했다. 윤 씨는 “올해 들어 공영장례 상주를 세 번 맡았다”며 “공영장례 지원은 기댈 곳 없는 홀몸노인들에게 믿음을 주는 제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장례는 외로운 홀몸노인의 죽음을 이웃이 함께 챙기는 제도다. 홀몸노인들은 대부분 같은 처지에 있는 동네 소외계층을 위해 남은 재산의 기부를 유언으로 남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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