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껴안은 美, 北에도 손내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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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바 53년만에 국교정상화 선언
美, 北과의 대화도 강조… 해빙 기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정오(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미국은 대(對)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53년간 지속된 쿠바 적대정책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같은 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도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좌를 넘겨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쿠바 관영TV에 등장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쿠바 인민들에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961년 쿠바 공산화와 함께 단절된 두 나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선언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미국과 관계가 단절된 나라는 북한만 남게 됐다. 특히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미국과 싸워 온 혈맹국가 쿠바가 미국과 손잡은 것에 대해 북한이 느끼는 상실감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기 2년을 남기고 외교정책에서 업적을 남기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쿠바에 이어 북한과도 대화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쿠바 봉쇄 정책에 대해 “카스트로 정부가 국민을 옥죄는 명분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북 제재 실효성 논란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목이다.

▼ 오바마 “쿠바와 외교정상화 협상 개시” ▼

美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


지난달 4일 치러진 중간선거를 전후해 미국 당국자들은 비핵화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전날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대북정책특별대표에 기용된 성 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역시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표명해 왔지만 북한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도 지난달 8일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미국인 억류자 2명을 풀어줬다.

하지만 조만간 북-미 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른 워싱턴 소식통은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세 차례나 했고 핵을 포기할 생각도 없어 미국이 당장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쿠바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된다면 북한이 전보다 더 큰 고립감과 대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미국에 이어 한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진전시키면 평양의 고립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양국 간 여행과 통상 규제 완화, 정보 교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10여 개 항의 구체적인 관계 정상화 조치를 발표했다. 양국의 국교 정상화 선언이 발표되자 중국 정부는 “양측이 정상적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옛 소련 시절부터 쿠바 공산 정부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고 발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주성하 기자
#미국 쿠바 국교정상화#미국#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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