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지당한 얘기도 이 여성이 말하면 ‘에너지’가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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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신간 ‘내가 확실히 아는 것(What I Know For Sure)’

신작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의 홍보물 옆에 선 오프라 윈프리. 그는 요즘 미국 전역으로 강연을 다니고있다. NYT캡쳐
신작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의 홍보물 옆에 선 오프라 윈프리. 그는 요즘 미국 전역으로 강연을 다니고있다. NYT캡쳐
현재 세상에서 가장 힘센 ‘흑인 남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면, ‘흑인 여자’는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0)가 아닐까.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최근 10년 연속 포함된 유일한 흑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일요판에 윈프리의 주요 도시 순회 토크쇼 현장을 특집 르포기사로 장장 3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면서 ‘오프라 종교의 집회 같다’고 묘사했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인 참석자들은 2만 석 안팎의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사랑해요 오프라!”를 외친다. 드문드문 눈에 띄는 남성들은 “마누라가 따라 나서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고 엄살을 떤다. 윈프리의 ‘설교 말씀’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어둠(슬픔과 고통)이 아무리 짙어도 반드시 태양(희망과 환희)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인생은 우연이나 요행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은 그 지당한 말씀이 윈프리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낀다. 여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그녀를 직접 본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에너지가 됐다”고 말한다.

“(비싼 입장료를 사준) 여러분의 돈에 감사한다. 여러분 모두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윈프리는 이런 작별의 말로 무대를 끝낸다. 밖으로 나가면 각종 윈프리 캐릭터 의류와 저서가 판매되고 있다. 르포 기사를 쓴 NYT 기자는 “(그런 말을 들으니) 나도 책 한 권과 (모자 달린) 후드 스웨터 하나를 안 살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렇게 팔리고 있는 윈프리의 저서들 중 신간이 ‘내가 확실히 아는 것(What I Know For Sure)’이다. 같은 제목으로 월간 잡지에 써온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대부분 목차만 보면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내용’을 거의 다 알 수 있도록 구성되곤 한다. 윈프리 책은 그렇지 않다.

세부 목차가 아예 없고 기쁨(joy), 감사(gratitude), 경외감(awe), 명료함(clarity), 영향력(power) 같은 파트별 소제목만 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확실히 읽지 않으면 ‘윈프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돼 있다. 꼼꼼히 읽어도 뭐가 확실하다는 건지 알쏭달쏭한 부분도 있다. 기자는 이런 구성이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오프라 종교의 신도(열성팬)’가 아니라면 그 내용도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이 오늘 하는 일이 모든 내일을 만듭니다.”

“당신이 누군가의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침묵하고 조용해야 합니다.”

“당신의 행복은 누가 당신에게 주는 게 아닙니다. 당신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이 책을 수많은 잠언집 중 하나로만 읽으면 큰 재미나 감동은 없다. 그러나 심각한 인종 차별을 겪으며 자란 윈프리가 수조 원대의 자산가이자 세계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될 수 있었던 단초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책이 달리 읽힌다. 기자도 그런 마음으로 다시 읽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오프라 윈프리#What I Know For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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