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4修’도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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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예비입찰 막판 포기… 中 안방보험만 나홀로 참여
매각위한 경쟁조건 성립 안돼… 금융당국 책임론 불거질 듯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2010년 이후 세 차례의 매각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마땅한 매수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매각 일정이 자연스레 내년 이후로 넘어가면서 현 정부에서 민영화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받았지만 중국 안방보험 한 곳만 입찰에 응했다. 두 곳 이상 입찰하지 않으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된다는 규정 때문에 이번 예비입찰은 자동 무산됐다.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정부(예보) 지분 30%를 한꺼번에 넘기는 경영권 매각과 나머지 지분 18%를 희망자에게 나눠 파는 소수지분 매각의 ‘투트랙’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안방보험은 자산이 120조 원가량 되는 중국의 대형 종합보험사로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손녀사위가 경영을 맡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에 관심을 보여 온 교보생명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다가 끝내 포기했다. 교보생명 측은 “우리은행 인수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약 3조 원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데다 저성장과 저금리로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인수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교보생명의 불참 결정에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교보생명 측에 지분인수 포기를 수차례나 물밑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34%라 사실상 개인 대주주가 있는 보험사에 시중은행을 넘기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안방보험과 교보생명이 동시에 입찰에 참여할 경우 자칫 자금력이 훨씬 앞서는 중국자본에 국내 은행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측도 승산 없는 싸움을 할 바에야 ‘입찰무효’를 만들어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권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민영화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내년에 같은 방식으로 재입찰에 부칠지, 아니면 지분을 쪼개 팔아 ‘주인 없는 은행’ 형태로라도 민영화를 완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편 이날 함께 마감된 18%의 소수지분 입찰에는 한화생명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외 금융·산업 분야의 기업 다수가 투자 목적으로 참여해 총 23.76%의 물량이 접수됐다. 우리은행 임직원(우리사주조합)들도 4% 규모로 입찰에 참여했다. 정부는 입찰가격이 높은 순서대로 다음 달 초에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신민기 기자
#우리은행 민영화#교보생명#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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