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성매매 단속이 빚은 미혼모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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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의 한 모텔에서 여성 A 씨(24)가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려다 6층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A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미혼모였다. A 씨는 17세에 미혼모가 돼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안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안 되어 딸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티켓다방 등에서 일하면서 매달 아버지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성매매 단속 경찰관은 거리 홍보 전단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A 씨를 모텔로 불렀다. A 씨가 목욕하러 간 사이 다른 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A 씨는 옷을 입을 동안만 나가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경찰이 방 안으로 들어갔으나 A 씨가 모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뒤였다. 성매매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발이 쉽지 않아 경찰은 다양한 수사 방법을 쓴다. 그래도 경찰관이 A 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모텔로 찾아온 A 씨에게 화대 지불까지 한 것은 수사의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성매매금지법의 취지는 과거 집창촌의 성을 파는 여성들만 단속하던 데서 한발 나아가 성을 사는 남성까지 처벌해 성매매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처럼 성을 사겠다는 남성은 없는데 성을 파는 여성만 타깃으로 삼은 것은 손쉽게 건수만 올리는 데 집착한 단속이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을 단속하면서 여성 경찰관을 대동하지 않았다. 피의자를 혼자 놔둬 죽음을 부른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경제 악화로 취업이 어려워져 미혼모였던 A 씨의 삶은 더 힘들었을 것이지만 딸 앞에 떳떳할 것이 없는 성매매까지 하면서 생계를 꾸린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경찰이 그렇게까지 무리한 단속을 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이다.
#성매매#성매매금지법#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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