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갑 덕분에 동생 찾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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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동, 차가운 고발… ‘채널A 2제’
탈북 김현정씨 가족상봉 사연

채널A 30일 밤 11시 방영 15년 전 헤어진 딸 경이 씨(왼쪽)를 만나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김진주 씨(가운데). 애타게 찾던 동생과 극적으로 재회한 현정 씨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달 7일 중국에서 극적인 재회를 한 세 모녀 이야기는 30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방송된다. 채널A 제공
채널A 30일 밤 11시 방영 15년 전 헤어진 딸 경이 씨(왼쪽)를 만나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김진주 씨(가운데). 애타게 찾던 동생과 극적으로 재회한 현정 씨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달 7일 중국에서 극적인 재회를 한 세 모녀 이야기는 30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방송된다. 채널A 제공
북한 예술 공연 전문 단체인 백두한라예술단의 김현정 씨(35). 지난달 16일 지방 공연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그는 휴대전화 소리에 잠을 깼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작가인데요, 동생을 안다는 분이 저희 프로그램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요. 직접 통화해 보시겠어요?”

제작진이 불러준 번호를 떨리는 손으로 눌렀다. “언니, 나 경이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직감했다. ‘동생이 맞구나.’ 15년 전 중국에서 헤어진 동생을 찾는다는 현정 씨의 호소가 지난달 12일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서 방송된 지 나흘 만의 일이었다.

현정 씨는 1999년 어머니 김진주 씨(60), 동생 경이(가명·33) 씨와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탈북 브로커의 말에 국경을 넘었다. 당시 18세였던 동생은 현정 씨와 어머니 김 씨가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정 씨와 어머니는 “2006년 한국에 들어온 뒤로도 오로지 경이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현정 씨는 예술단 공연을 다니면서 탈북자만 만나면 다짜고짜 붙잡고 물었다. “고향이 어디예요? 혹시 내 동생 알아요?”

현정 씨는 “방송 출연이 부담스러워 ‘이만갑’에 나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엄마가 ‘거기 나가면 경이를 찾을지도 모르는데’ 하시기에 출연했다”고 했다. 오로지 동생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 출연한 이 방송을 경이 씨의 지인이 봤고, 마침내 연락이 닿은 것이다.

통화한 지 약 3주 만인 이달 7일 모녀는 중국 톈진을 방문해 경이 씨를 만났다. 공항 근처 호텔에서 만난 경이 씨는 흰 얼굴에 동그란 눈까지 조금 통통해진 것 외에는 15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엄마, 언니, 왜 나를 버리고 갔어!” 셋은 그대로 얼싸안은 채 한참 동안 눈물만 흘렸다.

현정 씨는 동생을 만나고서야 15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유를 알았다. 브로커가 동생을 시골 농가에 1만5000위안(약 270만 원)을 받고 팔아넘긴 것이다. 브로커는 “네 엄마와 언니가 널 돈 받고 팔았다”고 했다. 경이 씨가 팔려간 곳은 도심에서 차로 5시간 이상 걸리는 외딴 마을로 이웃이 20가구도 되지 않았다. 경이 씨는 팔려간 집에서 만난 남편과 아이 둘을 낳고 살았다.

“중국에 간 첫날 한침대에서 잤어요. 경이가 이젠 한국말을 거의 잊어버렸어요. 서툰 발음으로 ‘엄마, 이젠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같이 살자’고 해요. 또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죠.”(엄마 김 씨)

모녀는 경이 씨를 데려오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탈북자 신분인 경이 씨와 함께 한국에서 살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대부분 저희처럼 이산가족이에요. 저희 역시 ‘이만갑’이 아니었다면 15년이 아니라 35년이 걸려도 동생을 못 찾았을 거예요.”

15년을 기다린 세 모녀의 재회는 30일 오후 11시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볼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채널A#이만갑#탈북#이제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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