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신 영감님…” 70대 할머니가 한글 배워 쓴 첫 편지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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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할머니가 처음 쓴 편지. 사진=부산 경찰 페이스북
‘까막눈’ 할머니가 처음 쓴 편지. 사진=부산 경찰 페이스북
'까막눈' 할머니가 한글을 배워 처음 쓴 편지가 온라인에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25일 공식 페이스북에 남구 우암동에 거주하는 이금옥 할머니가 쓴 편지를 소개했다.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21세에 결혼해 50여 년을 함께 살다 얼마 전 먼저 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할머니는 "당신이 가신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라며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내가 당신을 끝까지 모시지 못한 것이 정말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라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스물한 살에 당신을 만나 오십삼 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너무 허전합니다"라고 반세기가 넘는 결혼생활을 회상한 뒤 "혼자 사는 것이 이렇게도 외로울 줄 정말 몰랐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나는 항상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먼저 가신 것이 정말 믿을 수 없군요"라면서 "내 마음 같으면 당신 있는 데 날마다 가고 싶은데 혼자 갈 수 없어서 일주일마다 자식들이 와야 갑니다. 당신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며 매일 산소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할머니는 "다음에 만날 때까지 편히 쉬세요. 평소 못했는데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라면서 글을 맺었다. 편지 맨 마지막에는 '당신에 할망구 이금옥'이라고 적었다.

할머니의 편지는 사회복지 시설인 '양달 마을 행복센터'에 전시 돼 있다. 이곳에선 일주일에 한 번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렇게 한글을 깨친 주민들이 쓴 글을 전시한 것이다.
순찰 중 이곳에 들른 한 경찰관이 전시된 글을 보던 중 이금옥 할머니의 편지에 감동을 받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편지 내용이 알려지게 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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