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은 식인종”…평양시민들 “복수의 불벼락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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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북)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린 자들에게 복수의 불벼락을 들씌우자!'

붉은 색 바탕의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운 북한 평양시민들이 군악대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의 손에는 '인권결의 전면 거부', '무자비한 징벌 명령만 내리시라!'는 글이 적힌 소형 피켓이 있었다.

12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연일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군민대회는 김정은이 반미 교육장인 신천박물관을 직접 찾아 "(미국은) 인간 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이며 살인마"라고 직접 위협한 직후에 열린 행사였다. 26일자 노동신문도 미국에 대한 핵위협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미국의 인권공세는 침략과 간섭의 전주곡'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우리는 침략의 원흉이며 인권 유린의 괴수인 미제를 매장하기 위한 판가리 결전에서 우리 공화국의 핵 무력과 그것을 포함한 정치 군사적 억제력을 남김없이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거센 반발은 유엔 인권결의안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사실상 회부토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북한 체제 속성상 '최고존엄 모독'이라고 보고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번 인권결의안에 북한 정권 교체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주요한 역할을 한 유엔 인권결의안에 담겨있는 내용 중 김정은을 사실상 ICC에 회부토록 권고한 것이 정권 교체 의도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며 "군 지휘관으로 길러진 김정은의 호전적인 성격도 수위 높은 북한의 반발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과 함께 비판해오던 유럽연합(EU)의 인권특별대표 방북 허용 카드는 여전히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26일 EU가 인권특별대표의 방북을 여전히 검토 중이며 이는 북한이 방북 초청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U측은 향후 방북 시기와 내용을 북한 외교채널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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