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인기를 바둑 열풍으로… 희망의 포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22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1층 로비에서 열린 프로 바둑 다면기 행사. 이화여대생을 비롯한 전국 대학 바둑동아리 학생들이 프로 기사로부터 다면기 지도를 받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2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1층 로비에서 열린 프로 바둑 다면기 행사. 이화여대생을 비롯한 전국 대학 바둑동아리 학생들이 프로 기사로부터 다면기 지도를 받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1층 로비에서 프로기사 바둑 다면기 행사가 열렸다. 이화여대 바둑동아리 ‘이화 바둑’ 주최. 전국 10여 개 대학 바둑동아리 회원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에 참가한 프로 기사는 박시열 5단을 비롯해 안국현 5단, 류민형 4단, 박경근 3단, 김민호 오정아 강다정 이영주 초단 등 8명.

이대에는 현재 여자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바둑동아리가 있다. 이대 출신의 바둑계 인사로는 이세돌 9단의 누나로 아마 강자인 이세나 씨(월간바둑 편집장)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이화바둑 회원 15명 중에는 아마 고수는 없다. 김호수 회장(교육공학과 2학년)은 “아직 다른 대학과 교류전을 할 정도의 실력은 못 된다”면서 “바둑이 어렵기는 하지만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 행사는 바둑계의 잃어버린 고토(古土)인 대학가를 공략하는 노력 중 하나다. 게임에 빼앗긴 대학생들을 바둑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 ‘대학바둑진흥사업’이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8일 연세대 무악명인전에 이어 16일 서울대 관악국수전에도 장학금과 기념품을 지원했다. 지원활동은 바둑동아리와 바둑대회 지원을 넘어 대학에 교양바둑강좌를 개설하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

한국기원은 대학 외에도 군부대와 다문화가정, 교도소와 구치소에도 바둑을 보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바둑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라면, 바둑을 전국체전의 정식 종목으로 밀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바둑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올해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된 바둑을 내년부터 정식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는 게 바둑계의 판단이다. 바둑을 다룬 콘텐츠들이 다양해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스톤’ ‘신의 한 수’ 등 바둑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웹툰 ‘미생’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만화까지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특히 tvN의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끌면서 바둑을 배우겠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 지방바둑협회 관계자는 “고졸인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 장그래가 명문대 출신이 가득한 대기업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내는 것을 본 어머니들이 바둑교실에 문의전화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밀리던 한국 바둑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한국기원은 2000년대 초부터 바둑을 스포츠 종목으로 넣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전국 16개 시도바둑협회를 주축으로 대한바둑협회를 발족해 2009년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로 인정받았다. 그동안 ‘사범’으로 불리던 프로들을 ‘선수’로 부르는 바둑리그도 10년째 운영 중이다.

차재호 한국기원 보급사업국장은 “바둑은 머리 발달에 좋은 데다 다른 종목처럼 경기장도 필요 없어 큰돈이 들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바둑은 국제경기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미생#이화여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