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깊은 곰… 심상찮은 러시아 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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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 루블화 폭락-물가 폭등… 일각에선 “2015년 디폴트 맞을 수도”

국제무대에서 곧잘 ‘곰’으로 비유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끄떡없어 보였다.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한 에너지산업과 37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으로 몇 년간 혹독한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방’을 축적했다고 자신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이미 곰의 내상이 깊어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2015년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제일 큰 타격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올 초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 하던 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체 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에너지산업에 의존하는 러시아에는 직격탄이 됐다.

이로 인해 루블화 가치는 올 초보다 30%나 떨어졌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올해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9%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일각에선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서방과의 대결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서방과 경쟁하거나 새로운 ‘철의 장막’을 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소련 시절 ‘철의 장막’의 폐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도 22일 외교·국방정책 회의에서 “지정학적 긴장 탓에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단절시킬 계획은 없다”며 서방과의 협상 여지를 내비쳤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장기 집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종신(for life) 대통령은 원치 않는다”며 “러시아 헌법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2018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2024년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이어 그는 “이후(2024년)까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가에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러시아 경제#유가하락#루블화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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