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구르는 ‘연습기계’ 필요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SK 日 가고시마 캠프의 김용희 감독

“소통이 이뤄진 정신력은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SK 김용희 감독은 적극적인 소통과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 분위기를 바꿔 가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가고시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통이 이뤄진 정신력은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SK 김용희 감독은 적극적인 소통과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 분위기를 바꿔 가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가고시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에서 2008승을 거둔 리오 듀로셔 감독(1991년 사망)은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을 남겼다. 인성보다는 성적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의외의 선택을 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용희 전 육성총괄(59)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의 사람 대하는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SK가 그를 데려온 가장 큰 이유도 그의 그런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14년 만에 1군 사령탑으로 돌아와 팀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그를 23일 일본 가고시마 현 센다이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은 20%다”

SK의 훈련장 분위기는 밝았다. 가장 큰 특징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이전까지 해오던 야간 훈련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저녁 식사 후 ‘특강’을 마련했다. 주제는 다양하다. 야구 기술, 웨이트트레이닝 기법 등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소통 능력, 인간으로서의 자세 등 야구 외적인 이야기도 많다. 감독, 코치, 구단 프런트와 외부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강사로 나선다.

김 감독은 “요즘 한국 야구는 기술과 훈련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는 소통을 포함한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이 20%다.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하게 되면 기술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냉정히 평가하면 우리 전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이 크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합쳐지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도 팀은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점을 스스로 개선하는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SK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SK 제공
필요한 점을 스스로 개선하는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SK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SK 제공
○ “스타가 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라”

2011년 말 SK 2군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타자들이 1000번의 스윙 연습을 하는데 시키는 대로,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전에서 잘해야 하는데 연습하는 데만 천재더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세 가지 화두를 던졌다. ‘찾아서 하라, 생각하고 하라, 진심을 다해서 하라’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SK 선수들은 팀 훈련을 하다가도 개인적으로 깨달은 게 있거나,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잠시 개인 훈련으로 전환한다. 팀의 규율을 지키는 선에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면 된다. 그는 선수들을 ‘압력밥솥’에 비유했다. 지나치게 누르면 터져 버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키워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스타에 만족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야구 기술은 물론이고 인성을 갖춰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미 기부 등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

다른 감독과는 확실히 다른 야구관을 갖고 있지만 그 역시 감독이란 자리는 성적과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롯데 사령탑 첫해였던 1995년은 그에게 두고두고 아쉬운 해다. 두산과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다 내리 두 번을 져 준우승을 했다. 그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더 좋은 팀,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한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 내게 야구는 평생의 근심거리지만 근심이 없다는 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에겐 든든한 원군이 있다.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수들이다.

가고시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용희#sk#한국 야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