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화목마을 버스는 왜 천장을 높였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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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기린 씨, 타세요!/이은정 글/윤정주 그림/56쪽·7500원·창비

창비 제공
창비 제공

화목마을 마을버스에는 동네 사람들의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고릴라 기사를 위해서는 튼튼한 의자가, 향수병을 앓는 백두산 사슴을 위해서는 백두산 야생 식물 향수가, 콩새네를 위해서는 새둥지 의자가 준비되었죠.

그런데 이 동네에 기린이 이사를 옵니다. 목이 긴 ‘목기린’ 씨입니다. 마을버스는 목기린 씨가 타기엔 터무니없이 낮네요. 목기린 씨, 마을회관 관장님께 편지를 씁니다. ‘저도 버스 타게 해주세요. 저도 버스 타고 일하러 가고 싶어요….’ 이런, 난처하고 복잡한 일입니다. 고슴도치 관장님은 슬쩍 일을 미뤄 버리네요. ‘복잡한 일은 다음 관장이 처리하도록 하지, 뭐.’ 이러면서요. 목기린 씨는 버스를 탈 수 없을 것 같네요.

이 책은 ‘목기린’이란 말이 우선 눈에 띕니다. 소리 내어 발음해 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입에 감깁니다. 원래 있었던 말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고슴도치 관장’이나 ‘돼지네 막내 꾸리’ ‘화목마을’ 같은 이름도 리듬을 묘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이름뿐 아니라 이야기 진행에서도 세심한 단어 선택이 돋보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합한 단어들로 즐거운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소리 내어 읽기에 좋습니다. 작가가 우리말의 말맛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결과의 흔적이겠지요.

동물에 빗대어 삶의 진리를 아주 쉽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우화는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장르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우리 동화계에선 우화의 창작이 매우 미흡합니다. ‘쉽고 명확하게’라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이 책은 우화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차이와 차별’의 개념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목기린 씨가 버스를 타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의 차이로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목기린 씨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가 탈 수 있게 고친 버스엔 ‘목기린 씨, 타세요!’란 전광판이 반짝입니다. 그리고 모든 버스를 그렇게 고치겠다고 하니 그 전광판도 곧 없어지겠네요.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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