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올린 작품 본 애플 “면접보러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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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실리콘밸리 취업 한국청년 3인의 성공스토리

《 매년 이맘때쯤 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세상에 첫발을 디딜 일터를 구한 이들이 있는 반면에 내년을 기약하며 한숨짓는 이들도 있다. 마무리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채용 시즌’ 풍경이다. 올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게 된 세 명의 한국 청년이 있다. 직장은 대기업과 중견 벤처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서류-필기-면접’으로 이어지는 한국 기업들의 전형적인 채용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친 점이다. 》

○ ‘SNS’로 능력 보고 ‘팬심’으로 열정 봤다

아마존 페이스북 벤츠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을 고객으로 둔 행사 안내 플랫폼 기업 ‘가이드북’ 직원 조아라 씨(27·여)는 한국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건 ‘에어비앤비’ 덕분. 에어비앤비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집을 여행객들에게 숙소로 제공할 수 있는 숙박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부 삼아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조 씨의 손님으로 가이드북의 제프 루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왔다. 숙소 제공자와 여행객으로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직원과 사장으로 바뀌었다.

올해 초부터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메모 앱 ‘에버노트’의 한국 사업을 맡고 있는 홍동희 씨(28·여)는 입사 전에는 ‘열혈 사용자’였다. 건설 분야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거친 그는 한국 내 에버노트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유별났다. 에버노트는 그의 ‘팬심’을 보고 한국 시장을 맡겼다.

홍익대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올해 9월부터 애플 쿠퍼티노 본사로 출근하고 있는 김윤재 씨(24)는 유학은 물론이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다.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지만 정규직 입사에는 실패했다. 그런 김 씨가 애플에 입사하게 된 건 SNS를 통해서다.

김 씨는 ‘미니멀리즘 아이콘’(특정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 디자인이 특기였다. 졸업학기였던 지난해 10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그는 유명 디자인 사이트 ‘비핸스’에 작품 몇 개를 공개했다. 호평이 이어졌고, 누군가는 김 씨 작품을 자신의 SNS인 트위터로 퍼 날랐다.

‘혁신적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존 마에다 전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총장이 이를 자신의 트위터로 퍼왔다. 이를 본 애플은 김 씨에게 e메일을 보냈다. ‘왕복 비행기 티켓을 줄 테니 면접을 보러 오라.’ 김 씨는 현재 애플 지도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 스펙도 시험도 안 보는 ‘맞춤형 채용’

이들이 거친 채용 과정은 국내 기업과 다르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대규모 공채를 통해 지원을 받고 이 중 ‘가장 우수한 사람’을 골라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SNS나 우연히 맺은 인연도 채용으로 이어진다. 홍 씨는 “일주일간 본사에서 함께 일하게 하며 오로지 에버노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 시장 개발에 대한 능력과 열의만을 체크하더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도 천편일률적 공채 대신에 다양한 경로의 채용을 통해 인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대 기업 삼성이 직무능력 중심 선발로 채용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등 변화도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이해우 동아대 학생취업지원처 부처장은 “과도한 스펙 쌓기를 지양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선발하려면 ‘열린 채용’으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SNS#애플#실리콘밸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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