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히딩크 무릎연골을 재생한 줄기세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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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거듭났다. 심한 관절염을 앓고 있던 히딩크 감독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독일 미국 병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를 택했다. 올해 1월 치료를 시작한 히딩크 감독은 10개월 만에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

▷히딩크 감독에게 제2의 인생을 선사한 치료제는 제대혈(탯줄) 줄기세포로 만든 카티스템이다. 메디포스트라는 바이오기업이 만든 카티스템은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 치료제로 2012년 1월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사상 최초의 사례였다. 지금 이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위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6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 치료제는 카티스템 외에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 누공(직장과 항문 사이의 조직에 구멍이 뚫리는 질환) 치료제인 큐티스템이 있다. 하티셀그램과 큐티스템의 경우 자기 몸에서 분리한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다. 탯줄 줄기세포와 자가 줄기세포는 난자를 이용하는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므로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줄기세포에 대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낸 결실이다.

▷고령화 추세, 만성질환자 증가와 맞물려 바이오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그중에서 비정상적 신체 조직을 치료하는 줄기세포 분야는 첫손에 꼽히는 유망 분야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같은 바이오 강국 외에 중국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최근 역분화 줄기세포(iPS)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각국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파격적인 투자 지원, 빠르고 예측 가능한 인허가 절차 등을 통해 우리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히딩크#줄기세포#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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