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악의 출제 오류사건 키운 무능 교육부 -수능 마피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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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어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수험생이 소송 절차 없이 해당 대학에 추가합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항의 오류가 인정된다고 한 서울고법 판결의 후속조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무능과 독선이 세계지리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를 선택한 학생은 3만7684명이고 8번 문항 오답자는 1만8884명이다. 이들을 모두 정답 처리할 경우 4800명의 등급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학생을 구제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들의 ‘잃어버린 1년’을 어떻게 보상하고, 정부에 대한 원망은 또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수험생들이 평가원과 교육부를 상대로 한 1심에서 패소하자 본보 사설은 ‘“틀린 사실도 교과서라면 옳다”는 법원 판결은 틀렸다’(2013년 12월 18일자)고 지적한 바 있다. 그때 오답을 바로잡았더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커진 데는 평가원과 ‘서울대 사범대 마피아’의 잘못이 크다. 당시 성태제 평가원장은 “정·오답 판단은 교과서 내용만이 유일한 근거”라며 ‘교과서와 교육방송(EBS) 연계’ 출제방침을 근거로 피해 학생들과 소송을 벌였다. 수능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상당수가 서울대 사범대 출신들로 구성된 이른바 ‘수능 마피아’여서 선후배끼리 문항 오류를 지적하거나 반대의견을 내기 힘들다. 2004년 교육부가 수능 출제위원 특정대 출신 독점 배제 등 수능 개선안을 발표했음에도 이들의 기득권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교육부 자체가 서울대 사범대 마피아에 포획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교피아(교육부+마피아) 출신의 서남수 장관은 평가원의 오만을 바로잡는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황 장관은 피해자 구제 후속조치와 동시에 평가원을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평가원은 국감에서 법인카드 12억 원 상당의 ‘카드깡’ 의혹이 지적돼 일제 점검을 받는 상태다. 일각에선 수능 자체를 무력화해야 한다지만 지나친 주장이다. 잘못은 평가원이 한 것이지 수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세계지리#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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