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수습할 사람들 국밥이라도…”, 10만원 남기고 세상 등진 홀몸노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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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처지 비관해 목맨듯”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에서 홀몸노인 최모 씨(68)가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최 씨가 숨진 옆방 테이블 위에서 이런 글귀가 적힌 봉투와 현금 10만 원을 발견했다.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들을 위해 식사나 하라며 최 씨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돈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LH공사의 홀몸노인 전세지원금(5700만 원)을 받아 생활하던 그는 집주인이 바뀌면서 애초 이날 이사를 나갈 계획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미혼으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3개월 전 노모가 세상을 뜬 뒤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국밥값’ 10만 원 외에도 전기·수도요금, 장례비 등의 명목으로 빳빳한 새 돈 176만 원을 집에 남겨놓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31일 “집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인 최 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집에서 발견된 돈은 그의 조카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밥#노인#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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