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대책]월세 7000명 혜택… 전세대책 빠진 ‘반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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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에는 소득 기준 하위 10∼30% 서민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시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을 집중 지원해 ‘월세 시대’가 연착륙되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전세금 인상으로 고민하는 중산층을 위한 대책은 거의 포함되지 않아 최근의 전세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7000명에게 2년간 월세 자금 지원

정부의 이번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주택기금 및 복권기금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취업준비생 등에게 월 30만 원의 월세를 연 2% 금리로 2년간 대출해주는 방안이다.

내년 1월부터 새로 도입되는 월세대출을 받으려면 △부모의 연소득(부부 합산) 3000만 원 이하 △졸업 후 3년 이내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만 35세 이하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취업준비생이어야 한다. ‘희망키움통장’에 가입한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근로장려세제(EITC) 가입자도 월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에는 5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는 약 70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월세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지나치게 적어 향후 요건을 완화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 1%대 초저금리 전세대출 상품도 나온다. 정부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을 ‘버팀목 대출’(가칭)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 대출에는 소득이 낮고 보증금이 적을수록 대출금리(연 2.7∼3.3%)가 낮게 적용된다. 특히 부부 합산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인 가구 중 지방자치단체장이 저소득층으로 추천한 경우 금리를 1.0%포인트 추가 인하해 연 1.7∼2.1%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 다세대 통해 임대주택 확충

우선 수요가 집중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매입·전세 임대주택을 당초 계획보다 3000채 늘리고 내년에도 계획보다 1만 채 많은 5만 채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사 기간이 짧은 ‘다세대·연립주택 공급’ 카드를 전세난의 해결사로 다시 한번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민간이 다세대·연립을 지을 때 필요한 자금을 현행 주택기금이 지원하는 건설자금 대출 금리(연 5∼6%대)보다 낮은 시중 대출금리(연 3.8∼4.0%)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계획승인 대상인 30채 이상 규모로 지을 경우 1%포인트 추가 인하된 금리가 적용된다.

다세대·연립 건립 지원 확대에 대해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2002년 전세난이 심각했을 때 정부가 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 확대 해결 방안을 내놨다가 1년도 안 돼 공급 과잉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전세 수요 폭증을 예방하기 위해 재건축 등에 따른 이주 시기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1년 이내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이주가 예상되는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가구는 약 5만8217가구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주 시기를 심의하는 대상도 ‘이주 주택이 2000채가 넘는 단지’에서 ‘이주 주택이 2000채가 넘는 동(洞)’으로 확대된다. 주공 2·3단지, 시영아파트가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고덕주공 5∼7단지가 있는 강동구 상일동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야권 일각에서 주장해온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안(2년→3년)은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전세계약 기간을 연장할 경우) 단기적으로 전세금 폭등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인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하는 과감한 세제 혜택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저금리 기조 탓에 수요보다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는 ‘월세화’의 속도를 늦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며 “민간 임대주택이 월세로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전세를 놓는 집주인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홍수영·김현지 기자
#서민 주거비 대책#월세 지원#전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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