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의 주인공’ 인생역전? 비운의 시작? 사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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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2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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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일보DB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일보DB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올랐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월급쟁이들의 푸념이다. 빡빡한 생활 속에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많은 이가 '돈벼락'을 꿈꾼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로또'다. 매주 등장하는 로또 1등 당첨자 소식은 '나도 일확천금(一攫千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평생 수중(手中)에 들어올 거라고 기대할 수 없던 '돈벼락'을 맞는다면 인생은 180도 달라질 터.

하지만 로또 1등의 행운이 과연 인생에 단비가 되어줄까. 1등 당첨자들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Privacy)와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이들의 근황을 접하기는 쉽지 않지만, 언론과 방송을 통해 간간히 들려오는 이들의 소식을 보자면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며칠 전 '로또 1등 당첨자의 몰락'이라는 뉴스가 온·오프라인을 강타했다. 로또 사상 두 번째로 큰 당첨금인 242억 원(세금을 제한 액수는 189억 원)을 손에 쥔 남자가 불과 몇 년만에 사기범으로 몰렸다는 얘기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경찰(서울 강동경찰서)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2003년경 로또 1등 당첨이라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1등 당첨자는 2명. 한 주 전에 이뤄진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금액까지 합쳐 1등 당첨금이 484억 원을 넘은 상황이었는데, 해당 회 1등 당첨자가 2명이 나오면서 각각 242억 원씩 가져가게 됐고, 2명 중 한 사람이 A씨였던 것. 하지만 기쁨도 잠시. A씨는 부푼 마음으로 했던 투자가 실패로 끝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된 지 불과 5년 만인 2008년께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게 됐다. 그러던 중 A씨는 2010년 5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B씨에게 접근해 주식 전문가로 위장한 뒤 5년 전 로또 당첨 영수증을 보여주며 투자수익을 내주겠다며 1억여 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B씨는 A씨로부터 투자수익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소송비용이라는 명복으로 A씨는 B씨로부터 추가로 돈을 더 가져갔다. 결국 2011년 7월 B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 소환 통보를 받고 잠적한 A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가다 이달 15일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A씨에 앞서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비운의 결과를 맞은 사례는 꽤 있다.
2005년 직장인 C씨는 로또 1등에 당첨돼 당첨금 26억여 원 중 세금을 제외하고 18억 원을 받게 됐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가게를 하나 열었는데 장사는 그의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C씨는 이후 당첨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패로 끝났다. 결국 C씨는 로또에 당첨된 지 2년여 만인 2007년께 거의 빈털터리가 됐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 그리고 2012년 7월 지방의 한 목욕탕 탈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6년에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4억여 원을 손에 쥔 D씨가 가족을 위해 집을 마련하고 사업자금을 보탰지만, 나머지 금액을 유흥비에 쏟아 부어 당첨금을 8개월여 만에 다 써버린 일도 있었다. 이후 D씨는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금은방을 털다 붙잡혀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 됐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일도 있다. 2003년 국내 복권 사상 최고액인 407억여 원(세금을 제하기 전 금액)의 주인공이 된 E씨는 공익재단에 활용해달라며 수십억 원을 기탁하는 가하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도 일부를 쾌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맹신과 이로 인한 삶의 목적 상실로 불행에 빠지는 것이다. 생활환경에 변화를 주기보다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계획적으로 돈을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로또 당첨자들을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로또는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씨앗'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한순간에 얻게 된 '일확천금'만을 믿고 무사안일(無事安逸)로 일관하게 된다면 이는 오히려 뜻하지 않았던 비운의 시작을 맡게 될 수도 있다.

권준상 동아닷컴 기자 k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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