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안풀리는 경기… “마중물 마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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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경제/재정 비상등]
1~8월 재정적자 5년만에 최대… 100일 맞는 ‘崔노믹스’ 본격 시험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일성과 함께 취임한 최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경기부양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가계소득 증대세제 등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잇달아 쏟아냈다.

‘최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주목받은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취임 석 달이 넘은 지금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악재에 대한 대응과 함께 경제구조 개혁이 최노믹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 시험대에 오른 최노믹스


21일 기재부에 따르면 7월 16일 최 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정부가 내놓은 굵직한 경제정책 발표는 13회에 이른다. 매주 한 건에 가까운 정책묶음을 쏟아낸 셈이다.

내년까지 재정지출을 41조 원 이상 확대하는 ‘재정확대 패키지’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포함한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 ‘창의적인’ 정책을 강조하면서 나온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는 과거 경제팀에서 보기 어려웠던 정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해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이끌어냈다.

정부가 쏟아낸 각종 경제정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었던 경제심리가 회복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업생산과 투자 등 실물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8월 중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6% 줄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난제들이 여전한 데다 대외경제의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의 엔화 약세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움직임,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 등이 상승하던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돼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에도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액을 뺀 수지)는 올해 1∼8월 중 34조7000억 원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조9000억 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4조8000억 원 확대됐다. 또 8월까지 세수(稅收) 진도율은 63.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포인트 낮아 8조5000억 원의 ‘세수 펑크’를 낸 지난해보다 세수 부족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자영업 대책 등 구조개혁 필요”

정부는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에는 성장률이 4%대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16일 국정감사에서 “재정확장 정책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회복되면 내년 이후 잠재성장률 4%, 경상성장률 6%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무리하게 투입해 지표만 개선하려 할 게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를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경제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는 한편 경제회복의 온기가 서민 중산층에까지 퍼지도록 내수 활성화 후속 대책들을 더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성향의 정책 때문에 근본적인 경제개혁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는 경기를 우선 살린 뒤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며 “하지만 단기부양책의 효과는 내년 초쯤 평가하고, 지금부터는 △서비스산업 육성 △공공부문 및 연금 개혁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용 기자
#재정적자#최경환 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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