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보다 약간 심한 병?… 폐렴, 우습게 보다 목숨 잃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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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 지원 항목에 포함시킴에 따라 5월부터 5세 미만 아동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사진은 한 아이가 폐렴구균 백신을 맞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DB
보건복지부가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 지원 항목에 포함시킴에 따라 5월부터 5세 미만 아동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사진은 한 아이가 폐렴구균 백신을 맞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DB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강원 평창군에 사는 정은정 씨(59)는 일교차가 심해지기 시작한 9월 말부터 편도샘이 부어올랐고 이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환절기마다 으레 찾아오는 감기라고 생각해 종합감기약을 사서 먹었지만 며칠 뒤 찾은 이비인후과에서 폐렴 진단을 내렸다. 결국 정 씨는 일주일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 만성질환자, 영유아를 중심으로 폐렴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폐렴은 ‘독감보다 약간 심한 수준의 병’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로 폐렴은 지난해 국내 사망 원인 질환 중 6위에 오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감염병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 사망자 10만 명당 21.4명꼴로 2003년(5.7명)에 비해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 폐렴 감염병 중 사망률 1위

폐렴 중에는 폐렴구균에 의한 세균성 감염이 가장 흔하다. 폐렴구균은 평소에도 코와 목의 점막에 상주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해 폐, 뇌, 혈관, 귀까지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독감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폐렴에 걸릴 확률이 크다. 특히 기침을 많이 하면 기관지와 폐점막이 손상을 입는데, 그 틈을 타고 폐렴구균이 침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정 씨의 사례와 같이 초기 증상이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 하지만 폐렴구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고열,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숨이 가빠지면서 호흡수가 분당 20회를 넘기도 한다. 호흡에 어려움을 겪으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입술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은 폐렴을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치료와 적당한 휴식만 취하면 쉽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은 폐 기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번 폐렴에 걸리면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희극인 배삼룡 씨,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도 최종 사망 원인은 폐렴이었다.

전문가들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폐렴의 유일한 예방책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2012년 폐렴구균 백신을 여러 백신 중 최우선 권고 등급으로 정한 바 있다. 국내에도 1회 접종으로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및 뇌수막염·패혈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도 폐렴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시행했고, 올해 5월부터는 소아에게 확대했다.

○ 폐렴구균 백신 효용 논란

문제는 폐렴 치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높은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하는 폐렴환자의 6∼15%는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았다.

국내 항생제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55%에 달한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률로 이어진다. 2013년 기준으로 항생제 내성률은 미국 24%, 유럽 43%인 데 비해 한국은 6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기 이전인 소아기 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장은 “폐렴구균 백신을 맞은 만성질환자의 65∼84%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치사율과 중환자실 입원율이 4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방 접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임동규 자연치유 전문가(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백신을 맞기보다는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폐렴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은 20일 오후 7시 20분부터 방송되는 채널A 교양프로그램 ‘닥터지바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폐렴#사망#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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