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훈 의원의 ‘노인 폄훼 발언’ 새정연도 같은 생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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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니윤(윤종승·78)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대해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하는 것이다.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 의원은 17일 국정감사 증인석에 나온 윤 감사를 향해 이같이 언급했다. 우리는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다. 요즘 60, 70대는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설 의원이야말로 과연 시대에 맞는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고 국회의원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방송인 출신의 윤 감사는 2012년 대선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선 캠프에서 재외국민본부장, 대선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올해 8월 그가 감사로 임명됐을 때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었다. 윤 감사가 한국관광공사의 업무에 적합한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는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를 이유로 ‘판단력’ ‘쉴 나이’ 운운하며 공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같은 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시절이던 2004년 “60대 이상, 70대는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투표 안 해도 괜찮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게 벌써 10년 전이다.

설 의원이 비서로 일하며 모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79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설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나이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진 일을 본 적이 있는지 설 의원에게 묻고 싶다”는 노인들의 분노를 아는지 궁금하다. 설 의원은 새누리당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맞는 말에 사과하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한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12일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고 말해 국가원수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반(反)교육적이고 반문화적인 노인차별 의식을 드러냈다. 시대착오적인 자신의 발언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고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게 옳다. 새정치연합도 설 의원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당 차원에서 국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힐 책임이 있다.
#설훈#새정치민주연합#자니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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