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 무대 열고… “대통령께 죄송” 치고빠진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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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개헌론 발언 파장 “발언시점 부적절”… 하루만에 사과

김무성 “꼬랑지 바로 내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해 ‘방중 개헌 발언’에 대해 “바로 꼬랑지(꼬리)를 내렸다”며 사과하고 있다. 개헌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이완구 원내대표(왼쪽)가 김 대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무성 “꼬랑지 바로 내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해 ‘방중 개헌 발언’에 대해 “바로 꼬랑지(꼬리)를 내렸다”며 사과하고 있다. 개헌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이완구 원내대표(왼쪽)가 김 대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개헌 관련 발언으로 파장이 일자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했다. 1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역설한 지 하루 만에 사실상 꼬랑지(꼬리)를 내린 셈이다. 다만 김 대표는 발언 시점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지만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 “예의 아닌데… 나의 실수” 해명

김 대표는 새누리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계신데 (파장을 일으킨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 개헌 논의가 일절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론을 촉발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개헌 언급이) 휘발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실수”라며 “대통령과 정면 충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다만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많이 시작될 것을 걱정하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원래 김 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 굳이 회의에 참석해 비난을 감수하면서 본인의 표현대로 ‘바로 꼬리를 내린’ 것은 그만큼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에 할 말은 한다?

김 대표는 전날 개헌 발언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본인의 진의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귀국 비행기에서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17일 아침까지 언론 보도를 지켜보다가 사과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도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7·14전당대회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하며 대표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3개월여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를 유지해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개헌론에 대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개헌 문제로 각을 세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당직 인선, 당무감사 등의 문제로 친박(친박근혜)계의 불만이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 개헌론이 불거지면 당 화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7일 김 대표의 사과 발언이 있기 전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간곡하게 당부했는데도 이(개헌)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서 우려도 되고,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 진화 나섰지만 불씨 꺼지기는 어려워


김 대표가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수습에 나섰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금은 일을 할 때”라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 번 되살아난 개헌론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고, 이석현 국회 부의장(새정치연합)은 “이제 우리 국회와 국민들은 함께 힘을 모아 분권개헌을 이뤄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박지원 서영교 임내현 의원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 ‘개헌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재선의 박민식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장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무성 개헌론#새누리당#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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