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먹통 레이더·불발 함포로 NLL 지킬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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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충돌이 빈번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 함정들의 레이더가 지난 4년 6개월간 80여 차례나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레이더가 먹통이 되면 아무리 첨단 군함이라도 북한군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해 곧바로 위험에 빠진다. 7일 NLL에서 벌어진 남북 군함의 함포 교전 때는 우리 군의 유도탄고속함 함포에서 불발탄이 생겨 함정이 후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NLL은 북한이 무력화(無力化)를 노리고 도발을 거듭해 온 위험 지역이다. 작전에 투입된 해군 함정 핵심 장비가 고장난 것은 군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해군은 북한을 응징하겠다며 NLL 주변에 군사력을 강화했다. 그런데도 NLL 방어를 하는 해군의 무기가 불량품 수준이니 다른 곳은 얼마나 허술할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 경비계선’을 침범했다며 우리 해군에 1000회 이상 경고 방송을 하며 적반하장(賊反荷杖)격의 도발을 했다. 북한은 그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도 해상 경비계선 내 우리 함정의 진입 금지를 요구했다. 우리 해군의 부실한 방어태세를 본 북한이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NLL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오판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우리 군은 매년 3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국방비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국감에서 확인된 국방태세는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인 부실이다. 공군이 적의 저고도 항공기 침투에 대응해 주요 군사시설 방어용으로 운용 중인 20mm 대공 벌컨포는 야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육군의 대전차 무기도 북한군 주력 탱크를 격파할 수 없는 구형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경제력에서 앞서 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만에 하나 북이 쳐들어온다면 이런 불량무기와 군기(軍紀)로 이길 수 있을지 불안하다.

군사장비의 부실은 고질적 부패 및 ‘군피아(군대+마피아)’ 비리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방위사업 담당자와 군 출신 방산기업 종사자들의 유착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체 뭔가. 구멍 뚫린 무기체계의 원인을 추적해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허술한 대비와 군사 비리는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반역행위나 다름없다.
#NLL#레이더#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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