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올해 익힌 새로운 지식이 몇년뒤 무용지물 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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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감기/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340쪽·1만6000원·책읽는수요일
지식의 탄생-확산-소멸과정 추적

지식의 변화는 크게 보면 매우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지식은 탄생과 성장, 사멸을 겪는다. 시금치 100g당 철분이 35mg이나 들어 있다거나 공룡 브론토사우루스는 이전에 발견된 아파토사우루스와 다르다는 것 같은 오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수정된다.
지식의 변화는 크게 보면 매우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지식은 탄생과 성장, 사멸을 겪는다. 시금치 100g당 철분이 35mg이나 들어 있다거나 공룡 브론토사우루스는 이전에 발견된 아파토사우루스와 다르다는 것 같은 오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수정된다.
아직도 태양계 행성이 9개이며 그중에 막내가 명왕성이라고 알고 있는가. 그럼 ‘땡 탈락’이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는다는 설정은 시금치 안에 든 다량의 철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땡 탈락.(하지만 시금치는 비타민A 등이 풍부한 좋은 음식이다.)

우리가 옳다고 받아들이던 과학적 사실들이 이미 시효가 끝났는데도 우리의 지식은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가 많다.

우라늄이 세월(약 44억 년)이 지나면 반감하듯 인류의 지식도 시간에 따라 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개개의 지식이 변하는 모습은 무작위처럼 보여도 전체적으론 체계적으로 예측 가능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변한다. 이 책은 지식 혹은 기술이 어떻게 탄생해 성장하고 또 소멸하는지, 올바른 지식뿐 아니라 틀린 지식은 어떻게 전파되고 정정되는지와 같은 지식의 생사를 보여준다. 즉 지식에 대한 지식, 과학에 대한 과학인 셈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지구와 유사한 환경, 즉 생물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우주에서 발견하는 것은 천체물리학자들의 몫이지만 과연 이 행성을 언제 발견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건 바로 과학계량학자들의 몫이다.

예를 들면 ‘P와 NP’(0이 400개쯤 붙은 수 중에서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수를 찾는 것)라는 수학적 난제를 언제 증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역사적으로 수학적 난제의 평균 해결 기간이 53년 정도이고 이 문제가 제기된 지 40여 년이 지났으니까 2024년 안팎에는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한다.(수학자들이여, 분발하라. 앞으로 10년 남았다!)

도서관에 얼마만큼의 책을 남겨둬야 하는가를 분석하려면 지식이 대체되는 주기를 확인해야 한다. 지식의 반감기, 즉 어떤 분야의 지식 절반이 새롭게 교체되는 기간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책에 따르면 물리학은 13년, 경제학은 9.3년, 수학은 9.17년, 심리학 7.15년, 역사학 7.13년이다.

지식에 대한 지식의 여러 사례도 흥미롭다. 1960년대 노벨상을 탄 사람들의 연구 저술을 분석하면 이들이 40대 때부터 ‘주 저자’의 지위를 후배 과학자들에게 양보해왔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마치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자신의 공을 후배에게 돌린 것인데 노벨상 수상자가 40대였을 때 주 저자인 경우는 26%였지만 비수상자는 56%나 됐다.

책을 읽다 보면 의문이 떠오른다. 행성을 발견하고 수학적 난제를 푸는 게 중요하지 그게 언제 가능한지를 추적하는 게 왜 중요한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그 지식의 생사가 어떤지가 왜 중요하냐는 점이다.

저자는 지식의 생사를 알면 자신의 지식을 고집하려고 하는 인간의 ‘인지 편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새로 업데이트되는 지식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흡수해 지식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도 생사를 알면 더욱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 참, 처음 두 문제의 답은 혹시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 명왕성은 2006년 반경이 달보다 작다는 등의 이유로 소행성으로 격하됐다. 시금치의 철분 성분은 100g당 3.5mg인데 35mg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 거의 10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지식#뽀빠이#공룡#우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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