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희상 비대위원장, ‘세월호 강경파’와 절연할 결기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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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당 연석회의에서 “국회의 당면 급선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며 ‘유족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비친 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다. 어느 쪽이 본심인지 모르겠지만 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여야가 합의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벽을 쳐’ 합의가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새 비대위가 정국 정상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그제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대통령과 여당이 바로 설 수 있다”며 “꼭 도와 달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창당 이후 최저인 당 지지율이 말해주듯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여당 탓도, 대통령 탓도 아닌 바로 자신들 탓이다. 등 돌린 국민에게 살려 달라고 말할 게 아니라 살 수 있는 길로 스스로 가면 된다.

정국을 꽉 막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 문제’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점은 새정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새누리당과의 협상 때 이미 접었던 사안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특검 구성과 관련한 여야 합의안이었다. 이에 유족이 반발하자 새정연 강경파를 중심으로 두 번이나 합의를 파기해 당이 결국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문 위원장이 진정 당을 살리고 정국 경색을 풀 의지가 있다면 유족과 당내 강경파의 비위나 맞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해 합리적인 세월호 특별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절연(絶緣)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다.

문 위원장은 “다른 계파를 무시하고 배제하는 독선과 모든 당권을 독점하려는 계파 패권주의가 문제”라며 계파 문제를 당내 고질병으로 지적했다. 지금의 난국도 따지고 보면 새정연의 계파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486 강경파의 패권주의가 심각하다.

문제는 문 위원장 같은 관리형 임시 대표가 파벌주의의 암을 도려낼 수 있느냐다. 그는 대선 패배 직후인 작년 1월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 보고서’를 내는 등 혁신 방안을 제시했지만 친노의 반발에 흐지부지 끝내고 말았다. 이번에도 문 위원장이 친노와 유족 등 ‘세월호 강경파’에 끌려다니다간 비대위원장을 안 맡은 것만도 못할 것이다.
#세월호#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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