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만 팔아놓고 나몰라라… 못믿을 TV홈쇼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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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피해접수 급증세… 품질불량-AS부실 45% 달해
품목별로는 보험이 65건 최다 “보장” 약속해놓고 말바꾸기 일쑤

“열이 나거나 기침 감기, 코맹맹이 코감기에도 언제든지 통원비 2만 원 보상합니다.” 서울에 사는 박모 씨(51)는 올 7월 TV홈쇼핑 방송을 보고 딸 정모 씨(22)의 질병보험에 가입했다. 얼마 후 정 씨가 감기에 걸려 통원비를 요구하자 보험 업체는 “급성 기관지염만 해당된다”며 말을 바꾸면서 보상을 거절했다. TV홈쇼핑 업체는 “우리는 안내만 한 것이니 보험사 측에 이야기하라”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TV홈쇼핑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3년간 접수된 TV홈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 926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피해 건수가 374건으로 2010년(209건)의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TV홈쇼핑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만 지난해 1만5702건에 달했다. 소비자 피해 품목 중 금액이 확인된 462건을 분석한 결과 ‘100만 원’ 이상이 20.8%였으며 평균 금액은 82만2000원에 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품질 불량과 애프터서비스(AS) 부실이 44.7%로 가장 많았다. 계약 해제 및 해지 관련(16.8%), 광고와 설명이 실제와 다름(15.6%)도 상당수 있었다. 실제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2012년 3월 TV홈쇼핑을 보고 매월 4만9900원씩 39개월을 지급하는 렌털 계약을 맺고 안마의자를 구입했다. 하지만 방영된 제품 설명과 달리 안마의자는 압력이 너무 낮았다. 게다가 안마의자의 팔 부분이 자꾸 살을 집는 현상이 발생했다. 김 씨는 “렌털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지만 홈쇼핑사는 렌털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렌털 업체는 “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겠다”며 되레 김 씨를 협박했다.

소비자 피해는 품목별로 보험이 65건(7%)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 56건(6%), 정수기 대여 50건(5.4%)의 순으로 많았다. 주요 피해 사례로는 보험 가입 시 계약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불리한 사실을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고 했으나 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TV홈쇼핑 피해는 상당기간 경과한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 발생 시 입증이 곤란하다”며 “업체가 광고 내용을 일정 기간 이상 보존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광고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간 TV홈쇼핑 총 거래액은 8조7300억 원으로 2012년 7조9200억 원에 비해 10.2%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GS, CJ, 현대, 롯데 등 TV홈쇼핑 4개사를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 16일부터 3일간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올해 5월 TV홈쇼핑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해 서면조사를 한 바 있다.

김성모 mo@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TV홈쇼핑#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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