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모차르트도 즐겨쓴 ‘알베르티 베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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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 베이스 기법이 사용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1악장 악보. 동아일보DB
알베르티 베이스 기법이 사용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1악장 악보. 동아일보DB
휴일,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낯익은 멜로디는 ‘아기공룡 둘리’. 왼손의 ‘도솔미솔…’ 하는 음형이 탱글탱글합니다. 아마도 피아노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초등학생이거나 유치원생이 치고 있겠죠.

화음을 ‘도솔미솔’ ‘레솔파솔’ 식으로 쪼개서 왼손 음형을 만드는 수법을 음악사전에서는 ‘알베르티 베이스’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도메니코 알베르티(1710∼1740)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러나 알베르티 이전에도 이런 음형을 사용한 악보는 많습니다. 그가 이 수법의 발명자는 아니라는 거죠.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이들은 보통 이탈리아 작곡가 무치오 클레멘티나 덴마크 작곡가 프리드리히 쿨라우의 소나티네(작은 소나타)를 통해 알베르티 베이스와 친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동요나 해외 동요에 알베르티 베이스를 붙인 악보도 쉽게 볼 수 있죠. 그렇지만 음악을 ‘치기’보다 ‘듣기’ 좋아하는 팬들에게 알베르티 베이스 하면 누구보다도 모차르트입니다. ‘도미솔 시도레도…’ 선율로 진행되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첫 부분은 알베르티 베이스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21번 C장조 소나타에도 유명한 알베르티 베이스 주제가 나옵니다. ‘솔미레도 솔미레도 라파미레레…’ 하는 1악장 두 번째 주제입니다. 1990년대 가요에도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 주며, 아침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하는 가사가 있었지만, 그런 화창하고도 달콤한 느낌이 그야말로 눈부시게 느껴지도록 하는 선율이죠.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카롤리네 되르게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을 연주합니다. 같은 날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도 피아니스트 강우성이 협연하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이 곡을 무대에 올립니다. 청량한 왼손의 알베르티 베이스를 느끼며, 아름다운 음악작품도 오랜 시대에 걸쳐 축적된 여러 기법의 산물이란 점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알베르티 베이스#모차르트#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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