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한류 이끈 승부사… 사회공헌 본격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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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전문매장 오픈… “이병철 회장 ‘사업보국’뜻 이을것”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유명 클럽 ‘옥타곤’에 이서현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사장(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소속 가수들도 함께였다. YG와 제일모직이 손잡고 만든 패션 브랜드 ‘노나곤’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사장이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한 뒤 외부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노나곤’은 케이팝과 패션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로 이 사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론칭 준비를 지휘해 왔다.

이 사장은 이날 행사에 세계 패션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카를라 소차니 여사를 초청해 ‘노나곤’을 알렸다. 소차니 여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세계적인 편집매장 ‘10 코르소 코모’의 창립자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2008년 한국에 10코르소코모를 들여오면서 소차니 여사와 맺은 파트너십이 이제는 한국 브랜드를 해외로 알리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할 때부터 ‘패션 한류’에 대한 의지를 키워왔다. 이후 그는 신사복 제품 위주이던 제일모직에 여성복 브랜드 ‘구호’와 ‘르베이지’를 들여왔다.

2004년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만들어 10년째 운영 중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SFDF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격려해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패션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파슨스 전체 학생의 40%가량이 한국인일 정도인데 아직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디자이너 멘토링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최근 몇 년 동안 ‘격변의 세월’을 겪어 왔다. 2012년 말 삼성그룹의 재무통인 윤주화 사장(현 제일모직 공동 대표이사)이 제일모직 패션부문장으로 부임했고, 지난해 9월 패션부문이 통째로 삼성에버랜드로 인수됐으며, 올해는 다시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 사장 승진 이후 윤 사장과 함께 브랜드 효율화 작업에 매진해 왔다.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노나곤’ 등 국내 브랜드를 키워 해외로 내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2012년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매출 1300억 원을 기록해 침체된 패션시장 속에서 급성장 중이다. 내년에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 효율화 과정도 효과가 나오기 시작해 올 상반기(1∼6월) 제일모직 전체에서 패션부문 매출 비중은 37%였지만, 영업이익은 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사장의 요즘 관심사는 사회공헌(CSR)이다.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모직의 60주년 창립기념일인 15일 종로구 삼청동에 CSR 전문 매장인 하티스트하우스 1호점을 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인 ‘사업보국’의 뜻을 기리고,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개점일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
#이서현#제일모직#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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