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고시, 지방은 9급공무원’ 이분법 깨고 행시 꿈 향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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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운데)가 수업을 하고 있다.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운데)가 수업을 하고 있다.

전북대 공공인재학부는 2013년 자율전공학부에서 이름을 바꿔달았다. 이 학부를 전북대의 간판으로 육성하겠다는 서거석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공인재학부는 삼정(三鼎)을 연상케 할만한 튼튼한 세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첫째는 대학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이고, 둘째는 특화한 교육 시스템, 셋째는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의지이다.

공공인재학부는 여느 대학과는 달리 대학본부 직속이다. 본부 직속의 혜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학금. 다른 단과대학은 장학금 수혜대상이 단위별 모집 인원의 5%로 제한돼 있지만 공공인재학부만큼은 예외다. 장학금 수혜 기준만 충족하면 인원제한 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은 고시, 지방은 9급’이란 이분법을 반드시 깨겠다.”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의 각오다.
“‘수도권은 고시, 지방은 9급’이란 이분법을 반드시 깨겠다.”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의 각오다.

수능 성적 반영영역 중 세 과목 이상이 1등급이면 4년간 등록금 면제, 학기당 200만 원 지급, 생활관(기숙사) 8학기 무료인 1종 장학금을 준다. 2종 장학금은 반영영역 3과목 중 2개가 1등급 이상으로 등록금 면제, 매학기 100만 원 지급, 생활관 1년 무료 혜택을 받는다. 3종 장학금은 2과목이 2등급 이상으로 8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세 종류의 장학금은 매학기 A0학점을 유지하면 받을 수 있다. 또 학교 발전지원재단은 학기당 90만~100만 원씩 지급하는 1, 2개의 장학금을 이 학부에 배정한다. 2014년 현재 9명이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있다. 대학관계자들은 공공인재학부의 풍부한 장학금이 수능시험에서 3과목 이상 1등급을 받은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으로 공공인재학부생은 로스쿨과 행정고시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특화된 커리큘럼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허강무 교수(공공인재학부 학부장)는 "기초 교양과정에 강점이 있는 전북대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1학년 때는 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2학년 이후부터는 로스쿨과 행정고시 관련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법학은 로스쿨 교수, 행정학은 행정학과 교수, 경제학은 경제학과 교수가 공공인재학부생들을 위해 강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졸업학점 130학점 중 24학점 이내에서 계열 구분 없이 모든 교과목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시스템은 고시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 등 다른 진로를 찾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한다. 학부생들은 1학년 때부터 로스쿨과 국가고시 준비생을 위한 '우림인재등용관'의 개별좌석도 365일 이용할 수 있다.

14학번 신입생 50명 전원은 지난 여름방학 때 내년 2월의 행정고시 1차 시험 응시자격인 토익 700점, 한국사 능력시험 2급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고시 무한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목표 공유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 주승현 씨(20)는 "대학에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지만 행정고시라는 꿈의 실현을 위해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허 학부장은 1학년 때부터 행정고시를 목표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고3 때 열심히 공부하던 습관을 대학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전용일 공공인재학부 조교가 학생들에게 행정고시 준비에 대한 도움말을 주고 있다.
전용일 공공인재학부 조교가 학생들에게 행정고시 준비에 대한 도움말을 주고 있다.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 또한 공공인재학부의 미래에 플러스요인이다.

7월 29일 공포 시행된 '지방대학육성법'은 공무원 채용 시 국가와 지자체는 일정비율 이상은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로스쿨 입학과 행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하는 공공인재학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도 지방대학출신 합격자가 20% 미만일 경우 일정점수 이하의 인원에서 추가로 합격시켜야 하며, 지방대학 로스쿨도 약 20% 정도를 해당 지역대학 출신 학생들로 선발해야 한다. 이 같은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공공인재학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학부장은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가 각종 제도로 뒷받침되면서 '수도권은 고시, 지방은 9급 공무원'이란 이분법을 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공공인재학부의 선전을 다짐했다. 교수들의 각오는 학생들에게 이미 충분히 전해진 듯했다. 유보은 씨(공공인재학부 1년)는 "고교시절부터 행시합격을 꿈꿨다. 비록 입학한 지 채 1년이 안됐지만 학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막연하게 느껴졌던 행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대학평가 담당자들은 지난 20년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대학 중 하나로 전북대를 꼽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열정적인 도전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도전의 역사를 이번에는 공공인재학부가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대학세상#전북대#공공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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