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母 “아시안게임 다가오니 간이 콩알, 금메달보다 다치지만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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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9월 5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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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의 어머니 기숙향(왼쪽) 씨와 아버지 양관권 씨가 아들에게 하트 표시를 날리고 있다. 모두들 ‘도마의 신’의 금메달 획득을 염원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메달 색깔이 우선이 아니다. 휘영청 둥근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어머니는 아들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기만을 소망한다. 스포츠동아DB
양학선의 어머니 기숙향(왼쪽) 씨와 아버지 양관권 씨가 아들에게 하트 표시를 날리고 있다. 모두들 ‘도마의 신’의 금메달 획득을 염원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메달 색깔이 우선이 아니다. 휘영청 둥근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어머니는 아들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기만을 소망한다. 스포츠동아DB
‘효자 양학선’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정

추석 밤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을 보며 세상 어머니들은 어떤 소원을 빌까. 추석연휴를 앞둔 4일 오후 양학선(22·한체대)의 어머니 기숙향(46) 씨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위치한 자택 근처에서 밭일을 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대신 번듯한 집 한 채가 생긴 것을 제외하면, 둘째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뒤에도 부모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자식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비단잉어가 점프하는 태몽을 꾼 뒤 낳은 둘째 아들은 2년 전 런던에서 ‘도마의 신’으로 날아올랐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온 국민은 양학선이 ‘휘영청 추석 보름달 같은’ 금메달을 따주길 염원한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메달 색깔은 우선일 수 없다. “올림픽 직전이랑 똑같네요. 대회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콩알만 하게 쪼그라들어요. 도마 경기에서 착지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또 잘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저한텐 금메달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저 (양)학선이가 안 다치고 건강하게 대회를 치르기만 바랄 뿐입니다.”

양학선은 허리 부상으로 지난 연말 3개월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다. 현재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 아들이 매일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어머니는 아들의 몸 상태부터 먼저 챙긴다. “날마다 허리 통증의 정도가 조금씩 다른가 봐요.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죠. 몸에 좋다는 보약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대회 앞두고는 도핑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멀리 떨어져있는 아들이 안쓰럽습니다.”

양학선은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태릉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10월 3∼12일)까지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가위를 맞는 시점은 대개 전국체전 직전이다. 꼭 국제대회가 아니더라도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는 힘든 형편이다.

“학선이 운동 시작하고 나서는 추석에 온 가족이 모인 적이 거의 없어요. 이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왜 아쉽지가 않겠어요. 그래도 이젠 ‘내 아들’이 아니라, ‘국가의 아들이다’ 해야죠. 인천에서나 아들 얼굴을 보겠네요.”

양학선의 부모는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관람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자 도마 결승이 열리는 25일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돼 아직 표를 구하지 못했다. 양학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는 2006도하아시안게임 남자 도마 금메달리스트 리세광(29·북한)도 출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학선은 도마뿐 아니라 링과 마루에서도 메달에 도전한다. “학선이가 링이나 마루까지도 한다는데, 부모 입장에서야 통화할 때마다 ‘무리하지 마라. 욕심 내지 마라’고 하죠. ‘네 몸이 우선이다. 몸이 건강해야 운동도 할 수 있는 거다’라고요. 하지만 학선이가 워낙 운동 욕심이 많은 걸 아니까…. 지금은 그냥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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