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배출량 11월 결정… 업계 “2015년 사업계획 못짤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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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거래제 2015년 시행]

정부는 2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량을 완화하는 등 보완대책을 내놨다. 환경규제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녹생성장 선도국’으로서 그동안 국제사회에 내놨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계속 늦추기 어렵다는 현실론과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정부의 보완대책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우려는 여전히 높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대 수조 원의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거래제 연기하면 국제신인도 하락 우려

정부는 그동안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 연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기업들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뒤 시행시기 연기가 본격적으로 검토됐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7월 17일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여건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관련 입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한 것은 제도 도입을 연기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행시기를 연기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배출권거래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제신인도 하락 우려도 제도 강행의 이유가 됐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선언해 2012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연기하면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1000억 달러의 GCF 사무국 운영기금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 대신 정부는 업종별로 배정된 온실가스 감축량을 10%씩 완화해 주기로 했다. 그만큼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이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낮아진다. 또 그동안 기업들이 요구해온 2015∼2020년 온실가스 BAU 재산정도 2020년 이후 전망치를 계산하면서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BAU는 배출량 허용치 산정의 기준으로 BAU가 낮아지면 기업들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 온실가스 감축 신기술 개발이 촉진될 수 있는 데다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기업 부담 최대 8조5500억 원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보완대책 역시 기업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10%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올 5월 환경부가 발표한 할당계획에 이미 적용돼 있던 것”이라며 “산업계로선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t당 배출권 기준가격을 1만 원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시장가격이 1만 원 선에서 유지돼도 1차 계획기간 3년간 국내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기업들은 보고 있다. 올 6월 전경련 등 6개 경제단체와 철강협회 등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가 발표한 산업계 부담액을 정부가 제시한 배출권 거래 기준가격인 1만 원을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산업계의 배출권 구입비용은 약 3조 원, 과징금은 최대 8조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로서는 당장 4개월 뒤 시행될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규정대로라면 시행 6개월 전에 할당계획을 고시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아무 얘기가 없다”며 “수치가 없으니 비용 시뮬레이션 자체를 못 하고, 경영 계획에 반영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달 최대한 빨리 할당위원회를 열고 할당계획을 수립할 방침이지만 이미 법이 정한 규정보다 한참 늦어진 건 사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기업별 할당량은 빨라야 11월에나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더라도 한국이 당초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7억7610만 t에서 5억4300만 t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안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10% 낮춰준 데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시기도 2020년 말로 미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

정부가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해주고 이를 초과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고 허용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허용량보다 배출량이 적은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임우선 imsun@donga.com / 세종=문병기
이종석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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