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진보 세력,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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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9월 2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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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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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진보 정치세력(새정치민주연합과 그 지지자들을 가리킴)'의 아킬레스건이자 (지난 대선 포함) 선거 참패의 한 요인은 '싸가지 없음'이며 싸가지 없음은 '도덕적 우월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강 교수의 새 책을 소개한 한 언론 기사(강준만 "잘난 척만 하는 진보는 필패다"를 링크하고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이라며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화'는 87년 이후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에 대중의 욕망을 사로잡지 못하고, '통일'은 북한의 변화가 없는 이상 개성공단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새로운 아젠다(의제)를 설정하지 못한 진보의 현실을 짚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진보의 의제를 모두 빼앗겼다. 분배의 측면에선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장의 측면에선 창조경제…. 그 좋은 의제들, 선거용 의제로 새누리당에 의해 소모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새정치연합(옛 민주당)에선 내놓은 슬로건은 없고…"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진보정당은 낡은 NL(민족해방계)이라는 낡은 이념 하나 처리 못 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이석기 사태 만나 산산조각이 나고… 이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즉 진보든 개혁이든 김대중-노무현 이후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쉽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며 "할 말만 있으면 싸가지는 문제가 안 된다. 진보·개혁이 무슨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의 집권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진 교수는 "MB(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주장하는 건데, 진보개혁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며 "집권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장기적으론 상황을 낙관한다"며 진보의 미래를 밝게 봤다. 그는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려 해도 현 체제는 어차피 87년 체제의 연장"이라며 "그 안에는 부침이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이 상황을 타개할 의지와 노력, 그리고 머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거기에 싸가지까지 갖춘다면,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상대하는 데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싸가지 환원론은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보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강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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