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흙으로 삶의 여유를 빚다, 도예공방 체험기

  • 입력 2014년 9월 2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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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겨 뒤돌아볼 틈도 없는 현대인의 삶. 그렇더라도 일주일에 두 시간만 나를 위해 투자해보자. 그릇을 빚으며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도예공방을 에디터가 직접 체험했다.


전통의 맥을 잇는 길상도예공방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사랑과 영혼>. 영화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도자기를 빚는 장면이 연출된다. 감미로운 배경음악이 흐르고, 둘의 사랑은 더욱더 애틋해지며 깊어간다. 이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연인의 가슴을 울리며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패러디되곤 한다.

영화 덕분에 도예라고 하면 ‘로맨스’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단 에디터 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도예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로맨틱한 예술은 아니다. 체력이 없으면 힘들다는 점토의 반죽에서부터 물레를 다뤄야 하는 물레성형 등의 과정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길상도예공방의 하태훈 대표는 경주태생으로 어린 시절 경주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도예를 접했다.

“경주에는 많은 도예가가 활동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도자기에 자연스럽게 매료돼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도예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시절 처음 봤던 ‘결정유’ 작품에 황홀함을 느껴 지금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결정유 작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결정유는 번조과정(결그릇, 사기그릇 따위를 구워 만들어 내는 일)에서 유면에 다양한 결정형태를 만들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무늬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성공률보다 실패율이 커 번조과정에서 작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에 2~3일 동안 도자기를 구워 가마 문을 열었을 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보게 되면 더욱더 도예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길상도예공방은 경주점과 서초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는 한국도예의 전통을 잇고 동시대 문화를 담는 도자기 예술을 지향합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결정유’ 작품제작은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길상도예의 자부심입니다.”

길상도예공방에서 만든 식그릇은 한국적인 멋과 현대인의 식생활을 고려해서 만든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물건을 내놓기 위해서다.

더불어, 길상도예공방은 기계문명에 길들여져 자연을 소홀히하는 현대인에게 자연의 소재인 흙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바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 핸드빌딩 및 물레성형을 비롯해 일일체험과 전문가과정(자격증, 입시, 창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도예공예, 취미생활이 되다

‘손재주도 없는 사람이 도예를 시작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먹는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다. 길상도예공방에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클래스를 선택해 단계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도록.

주5일 근무, 취미나 여가생활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현대인들은 자신을 위한 즐길 거리를 찾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예는 까다로운 현대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취미 생활이다.

“도예를 배우는 일은 자연의 소재 중 하나인 흙으로 작업함으로써 정서순화를 돕고 장시간 이루어지는 작업을 통해 인내심과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죠. 그리고 다른 취미 생활에 비해 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비용의 부담이 적으며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도예의 또 다른 매력은 정해진 형식에 구애 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기물을 빚고 구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도 있다.

길상도예공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래스는 단연 물레성형이다. 핸드빌딩이나 페인팅 같은 클래스는 지역 자치구 또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접할 기회가 많지만, 물레성형의 경우에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도예공방을 찾는 남성들의 경우는 대다수가 물레성형을 고집한다고 한다.

길상도예공방은 취미반과 전문가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취미반은 개인은 물론 친구나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이를 통해 도예의 매력에 한발 더 다가서고자 하는 이들은 전문가 과정을 밟기도 한다.

전문가 과정은 입시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문가 과정이라고 해서 어렵고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하는 ‘도자기공예기능사’ 자격증의 경우 필기와 실기시험에서 각 60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다.

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난 뒤에는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거나 본래의 직업과 접목하여 창업하는 이들도 많다.

물레성형 및 페인팅 과정

1. 기포가 차지 않게 흙을 골고루 돌려가며 반죽한다.
2. 반죽된 흙을 물레의 중심에 붙이고 물레를 찬다.
3. 흙기둥의 중심을 잡기 위해 여러 번 올리고 내림을 반복한다.
4, 5. 그릇의 형태를 만든다.

6. 그릇을 잘라 내 그대로 건조시킨다. (이후에 굽통에 기물을 올리고 굽을 깎는다)
7. 건조된 기물에 밑그림을 그리고 페인팅한다.
8. 완성된 작품은 1,250℃의 뜨거운 가마에 굽는다.


서울에서 도자기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

기사·사진제공 : 엠미디어(M미디어 www.egihu.com ) 김효정 기자(kss@egihu.com),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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