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 EG 회장(56)의 부산저축은행 연루설을 촉발한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운전사 김모 씨(37·채권추심 프리랜서)는 2012년과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박 회장의 얼굴조차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
김 씨는 2011, 2012년 한 시사주간지 및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검문검색이 강화된 기간(2010년 11월 8∼12일)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앞에서 박태규가 내가 몰던 차에 타더니 ‘지금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박태규가 박지만과 만나 식사하는 것을 한 번 정도 봤다. 2010년 11월 무렵으로 박 씨가 박근혜와 박지만을 만난 시점이 한 달 정도 공백이 있다”는 말을 했다가 박 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박 씨는 평소 ‘이름’을 빼고 ‘성’만 부르는 등 자신이 만나는 사람을 김 씨가 아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씨가 박지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났다. 박 씨가 그 사람을 ‘박’이라고 하기에 나는 지만 씨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박지만으로 보이는 인물을 4∼5m 거리에서 옆모습을 어렴풋이 봤다”는 추측성 진술을 했다. 검찰은 김 씨가 봤다는 사람이 누군지 찾으려고 다양한 조사를 벌였는데, 김 씨는 검사가 제시한 여러 장의 인물사진에서 엉뚱한 사람을 박 회장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박 씨와 박 회장의 신용카드 사용명세, G20 기간 중 박 씨와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이동 동선, 양측의 2010년 10, 11월 일정을 비교 분석했다. 또 박 대통령의 당시 비서실장이던 이학재 의원의 일정표, 신용카드 영수증, 녹취록까지 확보해 결국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도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올해 4월 항소심에서 김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씨와 박 대통령이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는 등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8월 25일 기소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72)의 공판에 김 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의원의 공판이 열리면 ‘만만회’(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박지만 씨, 박 대통령의 옛 보좌관 정윤회 씨) 의혹 제기보다 저축은행 관련 발언이 더욱 무겁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만회 발언은 ‘의견 표명’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저축은행 관련 발언은 구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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