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태규씨 운전기사, 檢조사땐 박지만 사진도 못알아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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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로비스트 박태규와 박지만 연루설 촉발한 운전기사
나꼼수 등서 “둘이 만나는것 봤다”… 檢에선 “옆모습 어렴풋이…” 발뺌
의혹제기 박지원 재판 영향 줄듯

“(사진 여러 장을 제시하며) 당신이 말한 박지만은 이 가운데 누굽니까?”(검사)

“(엉뚱한 사람 사진을 가리키며) 제가 본 박지만은 이 사람입니다.”(김모 씨)

박근혜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 EG 회장(56)의 부산저축은행 연루설을 촉발한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운전사 김모 씨(37·채권추심 프리랜서)는 2012년과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박 회장의 얼굴조차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

김 씨는 2011, 2012년 한 시사주간지 및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검문검색이 강화된 기간(2010년 11월 8∼12일)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앞에서 박태규가 내가 몰던 차에 타더니 ‘지금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박태규가 박지만과 만나 식사하는 것을 한 번 정도 봤다. 2010년 11월 무렵으로 박 씨가 박근혜와 박지만을 만난 시점이 한 달 정도 공백이 있다”는 말을 했다가 박 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박 씨는 평소 ‘이름’을 빼고 ‘성’만 부르는 등 자신이 만나는 사람을 김 씨가 아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씨가 박지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났다. 박 씨가 그 사람을 ‘박’이라고 하기에 나는 지만 씨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박지만으로 보이는 인물을 4∼5m 거리에서 옆모습을 어렴풋이 봤다”는 추측성 진술을 했다. 검찰은 김 씨가 봤다는 사람이 누군지 찾으려고 다양한 조사를 벌였는데, 김 씨는 검사가 제시한 여러 장의 인물사진에서 엉뚱한 사람을 박 회장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박 씨와 박 회장의 신용카드 사용명세, G20 기간 중 박 씨와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이동 동선, 양측의 2010년 10, 11월 일정을 비교 분석했다. 또 박 대통령의 당시 비서실장이던 이학재 의원의 일정표, 신용카드 영수증, 녹취록까지 확보해 결국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도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올해 4월 항소심에서 김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씨와 박 대통령이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는 등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8월 25일 기소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72)의 공판에 김 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의원의 공판이 열리면 ‘만만회’(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박지만 씨, 박 대통령의 옛 보좌관 정윤회 씨) 의혹 제기보다 저축은행 관련 발언이 더욱 무겁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만회 발언은 ‘의견 표명’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저축은행 관련 발언은 구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저축은행 로비스트#박태규 운전기사#박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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