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이동원 목사 “배 12척 이순신, 핑계 안대… ‘세월호 남탓’ 정치권 반성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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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준공 가평 ‘생명의 빛 예배당’서 만난 개신교 원로 홍정길-이동원 목사
故옥한흠-하용조 목사와 더불어 ‘복음주의 네 수레바퀴’로 꼽혀
은퇴 선교사 마을 만드는 洪목사, 紅松 800본 기증받아 예배당 건립
玉목사와 함께 조기은퇴한 李목사, “은퇴란 타이어 갈고 새 일 찾는 것”

《 28일 찾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 빛 예배당’은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입구 현판에는 한 사업가와 어머니에 얽힌 사연이 새겨져 있다. 초등학교 때 가출한 뒤 러시아에서 성공한 사업가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예배당을 지어 달라며 홍송(紅松) 800그루를 기증했다. 그 옆에는 정상인과 장애인이 함께 예배를 올려온 남서울은혜교회와 프랑스에서 12세 때부터 아름다운 교회를 짓겠다고 꿈꿔온 건축가의 기도도 걸려 있다. 》

홍송으로 천장을 장식한 독특한 예배당에 마주한 개신교 원로 홍정길(왼쪽) 이동원 목사. 홍 목사는 예배당을 중심으로 주변에 은퇴 선교사 100가정을 위한 마을을 건설할 계획이다. 가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송으로 천장을 장식한 독특한 예배당에 마주한 개신교 원로 홍정길(왼쪽) 이동원 목사. 홍 목사는 예배당을 중심으로 주변에 은퇴 선교사 100가정을 위한 마을을 건설할 계획이다. 가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곳은 세 기도와 은퇴선교사를 위한 터전을 만들겠다는 홍정길 목사(73·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의 오랜 꿈이 만난 공간이다. 3층 예배당은 햇빛과 홍송 향기, 신자들의 조용한 기도가 어우러졌다. 기둥처럼 늘어선 홍송, 그리고 매달아 늘어뜨려 별처럼 천장을 장식한 작은 홍송군(紅松群)이 예배당을 기도의 숲으로 만들었다.

홍 목사와 이동원 목사(69·지구촌교회 원로 목사)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듯 거친 질감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 두 사람은 이미 소천(召天)한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와 개신교 복음주의를 이끌어온 인물로 꼽힌다.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9월 2일 4주기를 맞는 옥한흠 목사에게로 옮겨졌다.

“벌써 4주기다. 옥 목사님은 누구보다 열심히 예수 따르는 제자로 살며 한국 교회의 일치와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남은 우리와 후배들이 모두 제대로 역할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 목사) “나이 들면 실수도 생기고 노욕도 커질 수 있다. 남들은 훤히 보는 내 허물을 자신만 못 보는 경우도 많다. ‘너 잘못하고 있다’고 사심 없이 지적하는 분이 사라진 것이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의 문제다.”(홍 목사)

이들은 대형 교회를 이끌면서도 잡음 없는 후임 목사 청빙과 교회의 사회적 공헌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 목사는 2010년 70세 정년을 5년이나 앞당긴 조기 은퇴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제가 언젠가 사회에서는 늦어도 65세면 은퇴하는데 70세는 너무 욕심이라고 했어요. 옥 목사님은 ‘네가 내 나이 돼 봐라’고 했는데,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네 말이 맞다. 나도 조기은퇴하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우리 모두 약속을 지켰죠. 하하. 영어로 은퇴는 리타이어먼트(retirement), 그냥 쉬는 게 아니라 타이어를 다시 갈고 새 일을 찾는 거죠.”(이 목사)

“은퇴 뒤 더 바빠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1970년대 중반 아무것도 모르고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했는데 이분들이 은퇴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다시 돌아와서 여기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못 한 거죠.”

두 목사는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둘러싼 사회적 반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누군가 교황의 모습을 ‘Grace soul in Soul’로 표현했는데 정말 맞아요. 신자들에게 가톨릭과 개신교 교리에 대한 차이는 분별해야 하지만 교황의 소박함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어요.”(이 목사) “사실 교황의 모습은 다른 신부나 목회자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하기는 쉽지 않아요. 종교에 관계없이 귀한 것은 귀하게 봐야죠. 법정 스님도 귀하셨죠.”(홍 목사)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민과 갈등은 이들에게도 큰 숙제였다. “감정은 감정대로 풀고, 제도와 행정 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해결하는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하는데 모두 실패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 때문에 모든 걸 멈추는 게 아니라 별개의 현안은 해결하고 가야죠.”(이 목사)

“책임지는 리더십 부재도 큰 문제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세월호 사태와 관련이 있는 누구든 상대방이나 특정한 이유 때문에 문제를 못 풀고 있다고 핑계를 대서는 안 돼요. 핑계댈 요량이면 이순신 장군이 핑곗거리는 가장 많았겠죠. 끝까지 책임지는 리더십이 아쉽습니다.”(홍 목사)

가평=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세월호#예배당#기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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