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미는 韓… 찬물 끼얹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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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월 차관급 전략대화 訪日 추진

정부가 다음 달 고위급 인사의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일 접근 방향을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을 빼고는 일본과의 대화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과의 대화에 문을 닫았던 정부가 정상회담을 제외하고는 어떤 대화든 다 하겠다며 공세적인 대일 외교에 나서겠다는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일본이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역사문제에 책임 있는 조치를 보여야 가능하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교부는 조태용 제1차관이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기 위해 다음 달 초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일본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조 차관의 방일은 추석 이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오랜 침묵을 깨고 먼저 일본에 고위급 대화를 제안한 기조 변화의 출발점은 한일 협력에 무게를 둔 박근혜 대통령의 8·15광복절 경축사다.

여기엔 한일 대화 중단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대화를 막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이를 깨기 위해 다양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위안부와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왜곡된 역사인식, 관계 개선의 기회마다 찬물을 끼얹는 행태 때문에 예단하기엔 이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26일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 무력화를 공식화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제2차 세계대전) 전후 70년이 되는 내년에 고노 담화를 대체할 새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해 달라. (한국 정부와의 정치적 타협물이라는) 6월 고노 담화 검증 결과에 대한 국내외 정보 발신(대내외 홍보)도 강화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스가 장관은 “새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예산 조치를 통해 국내외 정보 발신에 힘을 넣겠다”고 답했다. 고노 담화를 그대로 두지만 무력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이어 △국제 인권기관 등에 올바른 인식에 근거한 견해 표명 요청 △교과서 검정 단계에서 (위안부 관련 내용의) 엄정한 검열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자민당의 움직임은 당 총재인 아베 총리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일본 정계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년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아시아 침략전쟁 등에 대한 역사수정주의 시각을 반영한 ‘아베 담화’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외교#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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