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티븐 보즈워스]북한 문제, 중국에만 맡길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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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국빈방문은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국가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중 관계는 두 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에 중요해졌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한국 기업들은 역내 생산 네트워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연결고리로 중국 경제의 미래와 동아시아 번영에 중대한 존재다.

서울 안팎에서는 시 주석이 중국과 오래전부터 이념, 안보 관계를 이어온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실 중국 지도자가 평양이든 베이징이든 김정은과 먼저 만나기 전에 서울행을 결정한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20여 년 동안 미래의 이해관계를 놓고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도 실패하고 있는 북한보다는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한국과 튼튼한 관계를 맺는 게 더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변방 나라의 안정과 평온을 원한다. 취약하고 거의 망해가는 북한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 위협이 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식 모델을 따라 진지한 경제 개혁에 나설 것을 평양에 촉구해 왔다. 중국은 김정일이 중국을 여행하며 경제개혁의 과실을 목격하도록 지원했다. ‘중국에서 되면 북한에서도 된다’며 평양 정권을 압박했다. 중국은 북한을 마침내 설득했기 때문에 곧 진지한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중국 스타일의 개혁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증거는 없다. 왜 그랬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전역에 퍼진 해외 중화 자본을 끌어들였다. 그 돈이 중국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그만이었다. 북한은 계산법이 아주 다르다. 북한 경제를 다시 일으킬 실질적인 자본의 원천은 오로지 한국뿐이다. 물론 중국도 투자를 했지만 꼭 북한의 우선순위에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남한의 대규모 투자에 경제를 개방하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생각해 두려워한다. 남북한 체제를 어떤 식으로 비교해도 북한이 분명히 패자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기간 중 잠깐 동안만 제한적인 경제개혁 실험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의 강한 압박 때문에 개혁이 너무 위험해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북한은 파행 경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를 중국에 의존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자신의 생존에 핵심적이라고 믿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중국의 압박에 더 나긋나긋해진 것은 아니다. 평양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베이징의 계속된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에서도 ‘중국이 원조라는 지렛대를 사용해 조금 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북한이 끝내 항복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은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면 김 씨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 우려한다. 많은 중국인은 핵을 가진 북한이 자국의 이익에 위협이라고 믿지만 북한 붕괴가 초래할 결과를 더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앞으로 그럭저럭 북한 문제를 관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실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 안보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북한 문제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을 지킬 책임은 중국이 아닌 한국에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많은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유사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시진핑#북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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