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시신 맞다’ 빼곤… 국과수도 못푼 死因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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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정밀감식 결과 발표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 배제… 저체온증, 유력한 死因 떠올라
국과수 “뼈아닌 근육조직 보냈다면… 분석시간 단축 혼선 줄였을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의 정밀감식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망 원인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견된 시신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찰 1차 조사 결과를 재확인한 정도였다. 앞으로 검경의 수사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유 전 회장의 사인은 영구 미제(未濟)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 국과수 “사인 불명이지만 독극물은 없다”

국과수는 이번 감식에서 시신의 독극물 검출 여부를 중점 점검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시신의 간과 폐, 근육 등에서 청산가리나 농약류, 뱀독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뱀에 물리거나 약물을 복용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신 발견 당시 2003년산 보해골드 등 빈 소주병 2개와 순천막걸리병 1개가 발견돼 이를 음독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다른 유류품인 ASA스쿠알렌 병, 치킨용 허니머스터드(소스) 통, 육포와 열매 등에서도 독극물은 없었다. 적어도 독살 또는 음독자살 가능성은 배제된 셈이다.

시신의 알코올 농도 역시 통상적인 부패 시신에서 발견되는 정도인 에틸알코올 0.023∼0.032%만 검출됐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은 유 전 회장 곁에서 소주병이 발견된 것 때문에 거론된 음주 후 지병으로 인한 사망설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외상이나 목졸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유 전 회장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타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목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사망했다면 연골이 부러져야 하는데 시신에서 연골 골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부위의 뼈 골절도 발견되지 않았다.

‘훨씬 오래된 시신 아니냐’는 의혹도 해소됐다. 유 전 회장의 시신 현장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된 이후 일각에서는 “숨진 지 보름 정도 된 시신이 지나치게 훼손됐다”며 ‘시신 바꿔치기’ 의혹까지 나왔다. 이 센터장은 “시신을 노천에 방치한 후 열흘 뒤 확인했을 때도 구더기가 크게 증식하면서 유 전 회장 시신과 비슷한 정도로 백골화된 적이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여전한 사망 시점·원인 논란

문제는 그 밖의 다른 모든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망 시점이다. 유 전 회장이 언제 사망했는지는 사망 원인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과수는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통상 △시신 체온 △음식물 소화 정도 △구더기 등 곤충의 증식을 확인해 사망 시각을 추정하지만 이번에는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어느 것도 분석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서는 주민 증언을 토대로 “유 전 회장 시신으로 알려진 변사체는 4월에 발견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과수가 사인 규명에 실패한 만큼 사망원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에서는 ‘저체온증 사망’이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됐다.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시신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있고 상의를 위로 끌어올리는 등 탈의 현상을 보인 것은 저체온 사망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경우 성폭행 살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옷을 벗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

한편 이날 국과수는 경찰의 초동 수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 원장은 “처음 감식을 의뢰할 때 뼈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는 근육을 보냈다면 초기 혼선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법의학자가 시신을 봤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jmpark@donga.com·권오혁 기자
#사인#국과수#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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