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입각 후 기재부 출신들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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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급 13명 후속 인사… 국무조정실장 대구 출신 추경호
청와대 비서관들 대거 내각 이동… 정부부처와 소통채널 확대 포석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신임 국세청장에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내정하는 등 13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박 대통령이 다음 주 휴가를 앞두고 공석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외한 상태에서 2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선을 통해 2기 내각의 무게중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 인물은 임 신임 국세청장 후보자다. 그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산 출신인 최 부총리의 대구고 6년 후배다. 행정고시도 6기수 아래다.

임 후보자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등 본청과 지방청에서 조사국장만 6차례 지낸 ‘세무조사통’이다. ‘한국판 양적 완화’에 나선 ‘최경환호(號)’의 실탄을 마련하는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지만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분류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임명된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는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내정됐다. 이 역시 최 부총리와의 호흡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출신인 추 신임 실장은 “대기업은 큰 걸음을 내딛는 데 필요하고 중소기업은 잰걸음으로 체감경기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 최 부총리와 함께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아가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총리 입각 이후 기재부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장·차관급 내정자 13명 가운데 5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기재부 출신이 갔던 관세청장(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물론이고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석준 기재부 2차관)도 기재부 출신이 꿰찼다. ‘현오석 체제’에서 인사 적체가 심했던 기재부가 ‘최경환 체제’에서 숨통을 튼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도 중용됐다.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은 기재부 1차관에,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장옥주 보건복지비서관은 복지부 차관에 각각 내정된 것. 박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잘 아는 비서관들을 내각에 전진 배치해 정책성과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청와대와 내각 간에 소통 채널을 넓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들이 이날 인선에서 영전하거나 유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임 고용노동부 차관에 내정된 고영선 국무조정실 2차장은 인수위 출신이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과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형수 통계청장 등 유임된 차관들 중에도 인수위 출신이 많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장·차관이 호흡을 맞춰 산적한 국정과제를 안정적이며 원활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장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 장-차관급 13명 프로필 ▼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을 거치면서 거시정책과 미시금융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능력을 키웠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외환은행 매각, 가계부채 문제,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굵직한 이슈 해결에 참여해 ‘위기관리 반장’이란 별명을 얻었다. 술이 세지는 않지만 소통을 위한 술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대구(54) △대구 계성고 △고려대 경영학과 △행시 25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외환위기 직후 은행 구조조정을 맡았고 현 정부 들어 청와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굵직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추진력이 강하고 일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53) △덕수상고 △서울대 경영학과 △행시 26회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

예산, 세제 업무에 모두 정통하다. 예산실장 시절 국회와의 소통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처들이 유명무실한 안전예산을 신청하자 국민안전과 실제 관련된 예산만 가려내 경종을 울렸다. △서울(52) △수원 수성고 △서울대 영문학과 △행시 28회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예산, 금융, 부동산 등 정책 경험의 폭이 넓다. 구제역 대책, 서비스업기본법 제정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기획력이 뛰어나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 ‘창조경제’ 정책을 구체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부산(55) △부산 동아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6회 △기획재정부 제2차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해외홍보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대통령직속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홍보기획단장을 지냈고 올 1월 미국 주애틀랜타 총영사로 조지아 주 의회가 ‘동해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다. △서울(55) △서울 경성고 △연세대 행정학과 △행시 24회 △해외문화홍보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산업·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정책전문가. 2012년 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을 수습하며 능력을 발휘했다. 조정 및 협상능력이 뛰어나 갈등 요인이 많은 부처업무를 잘 처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53)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행시 27회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에너지, 통상 양쪽에서 전문성이 높다. 지난해 통상업무가 외교부에서 이관될 때 실무작업을 깔끔하게 처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전남 보성(55) △광주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5회 △대통령산업통상자원비서관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1982년 제25회 행정고시에 붙어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에 이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 행시 합격자가 됐다. 보육 관련법 입안에 크게 기여해 부처에서 ‘보육의 엄마’라고 불리며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 제천(55) △서울 서문여고 △이화여대 법학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대통령보건복지비서관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0년간 재정 문제를 연구한 학자 출신. 이번에 임명된 장차관 중 유일한 비(非)행정고시 출신이다. 국무조정실 2차장 때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을 만드는 등 고용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서울(52) △서울 대신고 △서울대 경제학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2차장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여성특별위원회, 여성부를 거쳐 현 여성가족부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여성 관련 업무를 맡아온 여성가족부의 최고참이다. 여성 및 청소년 정책에 밝으며 정책조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 충주(54) △대전고 △연세대 경제학과 △행시 32회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역외탈세, 대기업 변칙탈세 적발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국세청 내 대표적 ‘조사통’이다. CJ그룹 로비 의혹으로 전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물러난 뒤 기용돼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의성(53) △대구고 △서울대 정치학과 △행시 28회 △서울지방국세청장



김낙회 관세청장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의 요직을 거친 정통 세제관료다. 조세심판원장 시절 영세 납세자를 위한 지역순회 심판을 처음 실시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성품으로 후배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네 차례나 선정됐다. △충북 청주(54) △청주고 △한양대 행정학과 △행시 27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김상규 조달청장

예산, 세제 분야를 거친 재정전문가. 지난해 6월부터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을 지내면서 국고국 재정관리국 공공정책국을 총괄하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로 꼽히는 방만 경영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경남 김해(52) △마산고 △연세대 법학과 △행시 28회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

이재명 egija@donga.com·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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